미국이 자국민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내린 데 이어 원유 금수 조치 등의 방침을 담은 대북 제재안이 미 의회를 통과하면서 전방위 대북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내년께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 능력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한반도를 둘러싸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7월 27일) 64주년을 하루 앞둔 26일 평양에서 중앙보고대회를 열고 적들이 오판하면 사전통고 없이 핵 선제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날 박영식 인민무력상은 "만약 적들이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오판하고 '핵 선제타격론'에 계속 매달린다면 백두산 혁명 강군은 이미 천명한 대로 그 무슨 경고나 사전통고도 없이 아메리카 제국의 심장부에 가장 철저한 징벌의 핵 선제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여행 금지 이어 '원유 금수 조치'까지··· 대북 고삐 죄는 미국
미국 하원은 25일 (현지시간) 북한과 러시아, 이란 등 3국에 대한 제재 법안 표결을 찬성 419명, 반대 3명의 압도적인 차이로 가결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법안이 법률로 확정되기까지 상원 표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 절차가 남았지만 제재 수준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관심이 쏠린다.
대북 제재 내용은 달러 유입 차단 등 북한의 군사·경제적 자금줄 봉쇄를 골자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제재 구상에만 머물렀던 '원유 금수 조치'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밖에 △북한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 차단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북한 선박 운항 금지 △북한 온라인 상품 거래 및 도박 사이트 차단 등 전방위적 제재안이 담겼다.
그동안 협박용 카드에만 머물렀던 원유 금수 조치가 사실상 현실화되면서 초강경 제재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잘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로 원유 금수 조치를 꾸준히 요구했지만 중국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북한은 원유 수입의 90%를 중국에 의지하고 있어 중국이 금수 조치에 협조할 경우 전복 수준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나온다.
특히 8월부터 미국이 자국민의 북한 여행을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한 지 나흘 만에 나온 조치여서 북한 자금 통로에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NPR 등의 보도에 따르면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 22일 인도적 지원 등 특별 목적을 제외하고 모든 미국 시민의 북한 여행 전면 금지 조치를 승인했다.
CNN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취임할 당시부터 '대북 압박 작전'은 미 행정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며 "틸러슨 장관은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압박과 제재'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 "북한 핵 도발 돕는 개인·기업 제재 강화"··· 또 중국 겨냥하나?
이와 함께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도움을 주는 개인과 기업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나왔다. 폭스 비즈니스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수전 손튼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에 도움을 주는 개인과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며 "중국 내 개인과 기업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중국'을 전면에 앞세운 발언이 나오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달 말 중국 단둥은행과 중국 다롄글로벌유니티해운, 중국인 2명에 이 돈세탁 등 북한의 불법 자금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금융거래 중단 등 제재를 시작했다.
북한의 최우방국인 중국을 겨냥한 대책이 잇따라 나오면서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관·기업까지 제재 부과)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북한 감싸기에 부담을 느낀 중국이 미국에 이어 자국민의 대북 관광 금지 조치를 추진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유엔본부에서 "미국은 수주 전 결의안 초안을 중국 측에 넘겼으며, 중국은 가능한 새로운 대북제재를 놓고 러시아와 협의 중에 있다"면서 "대북제재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어왔던 미국과 중국 간 논의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는 사실상 추가 대북 제재안의 공이 중국과 러시아로 넘어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논의의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이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북, ICBM으로 내년 미 타격할 수도"··· 27일 발사 가능성에 촉각
북한의 핵 도발에 민감한 미국 당국은 지난 4일 북한이 처음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이후 북한의 추가 시험 발사 가능성에 대비해 북한 관련 레이더와 통신들을 정밀 감시해왔다. 그런 가운데 내년께 북한이 핵탄두 ICBM으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2018년 어느 시점에 핵을 운반할 수 있는 ICBM을 생산,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2020년은 돼야 미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출 것이라는 기존 예상 시점을 약 2년 앞당긴 것이다.
이는 북한이 적극적인 미사일 발사 시험을 통해 ICBM의 시험 제작 단계에서 실제 생산 단계로 진전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WP는 전했다. 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간 북한의 ICBM 실전 배치의 기술적 장애물로 꼽혔던 대기권 재진입(미사일이 탄두에 손상을 입지 않고 초고층 대기를 통과할 수 있는 능력)도 조만간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북한이 27일께 추가 미사일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한반도를 둘러싸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CNN은 24일 보도를 통해 북한 평안북도 구성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장비를 탑재한 운송 차량의 움직임이 포착돼 27일께 북한이 또 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또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시험을 단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해당 발사 장비가 포착되면 통상 6일 안에 실제 발사로 이어진다는 설명에 따른 것이다. 27일은 한국전쟁 휴전 협정을 체결한 지 64주년을 맞는 날인 만큼 기념일로 삼고 있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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