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연일 현장소통에 나서며 통신비 인하 정책 추진에 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은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유 장관이 이를 무마시키기 위한 당근책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는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 △저소득층‧노인 통신비 1만1000원 할인 △2만원대 요금으로 음성통화 100분‧데이터 1GB(기가바이트)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가계통신비 경감 대책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가계통신비 경감 대책이 실행되면 총 4조6000억원의 통신비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이통3사의 영업이익 합계인 3조6000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이에 비해 정부가 통신비 인하 방안을 위해 투입할 예산은 ‘공공 와이파이 구축’을 위한 640억원에 불과하다.
당장 9월 시행될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조정을 위해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고시개정을 통해 기존 20%의 할인율을 25%까지 끌어올려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조정으로 1조 규모의 통신비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에 대해 이통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를 상대로 소송전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통사들이 과기정통부의 동향을 지켜보며 제각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지만, 과기정통부가 통신비 인하 대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면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는 것이 이통사의 입장이다.
유 장관은 지난 25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을 시작으로 26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오는 28일 황창규 KT 회장과 순차적으로 독대하는 자리를 마련해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25일 박 사장과 오찬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현장을 방문한 유 장관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앞으로 그(소송) 이야기는 안 나올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유 장관이 통신비 인하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해 이통사들을 달래기 위한 ‘당근’을 준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업계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한 통신 전문가는 “과기정통부는 기본적으로 이통사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어 함부로 소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이통사들이 다른 정부 부처들에 대해서 소송을 하거나 행정 가처분 신청을 한 적은 있어도 과기정통부에 대해 소송한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껏 통신 관련 정책이 도입될 때마다 반대급부가 지급됐다”며 “이번에도 이통사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사탕이 지급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2년 이통사들의 극심한 반발에 맞서 ‘블랙리스트’ 제도(모든 단말기가 아닌 불법단말기의 IMEI만을 등록하고 등록된 단말기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네거티브 제도)를 시행한 정부는 이후 KT와 LG유플러스의 단말기 할부수수료 도입을 허가했고, 곧이어 중도해지 할인반환금 제도를 허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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