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저녁 청와대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 기업인 8명과의 간담회를 마쳤다.
문 대통령은 오후 6시부터 20여분간 호프미팅을 마친 뒤 상춘재 안으로 자리를 옮겨 2시간10분여간 다양한 경제 현안을 놓고 본격적인 간담회를 가졌다.
기업인들은 이 자리에서 경영 애로 사항과 일자리 창출 계획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쏟아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또한 “신세계가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손경식 CJ 회장도 역시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을 말하며, 정부에서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달라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LCD 국산장비 개발을 위한 중소 장비업체와 재료업체 등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께서 파주 공장에 대한 과감한 지원으로 큰 도움이 되었고, 이는 결국 일자리 창출과 지역 발전으로 이어졌다"면서 "앞으로 해외진출 시 중소 장비업체와 공동 진출하여 상생 협력에 힘쓰겠다” 고 말했다.
또 구 부회장은 “LG 디스플레이에서 1,000억원의 상생펀드를 조성했고, 이 중 50%는 2차·3차 협력업체를 직접 지원할 예정"이라며 "LG와 1차 협력업체의 계약 시 1차 협력업체와 2·3차 협력업체의 공정거래를 담보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시키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중국에서 사드의 영향으로 매출이 줄면서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하면서 "이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협력업체 지원이 필요하다. 제4차 산업 혁명과 관련하여 전기차, 자율주행차, 수소연료차를 적극 개발할 것이고, 이를 위해 국내외 스타트업과의 상생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되는 규제의 완화를 건의드린다” 고 말했다.
박정원 두산 회장은 “만약에 신고리 5·6호기를 중단하는 것으로 결정된다면 주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이 우려되지만 해외에의 사업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금춘수 한화 부회장은 “태양광 사업 진천·음성 클러스터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라며 “상시업무 종사자 8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즉석에서 밝히기도 했다.
또 금 부회장은 태양광의 국내 입지가 부족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입지 규제를 완화해 줄 것과 RPS 즉,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비율의 상향 조정을 건의하기도 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제너럴일렉트릭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어떻게 새로운 기업으로 변신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고 하면서 “포스코도 소재 에너지 분야를 바탕으로 융합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다. 2차전지 음극재 등 사업을 통해 신규 일자리 창출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중소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30년 이상 유지하면서 서로 성장해 왔다” 며 “앞으로도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 기업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공감을 표하면서 하나도 빠짐없이 일일이 답변을 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박 대변인은 "기업인들의 말에 대통령이 응답하고 물어보고 토론하는 형태의 아주 자유스러운 대화가 이어졌다"며 "예컨대 '비정규직의 뜻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하는 원론적이고 근본적인 대화부터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안보 문제에 이르기까지 자유로운 대화가 이뤄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인들은 사드로 인한 어려움도 전혀 불편함 없이 말씀드렸고 문 대통령도 충분히 듣고 공감한 부분도 있고, 실제로 기업이 사드 때문에 어느 정도 어려움을 겪었는지 혹시 전보다 상황이 풀린 게 없는지 일일이 물으셨다"고 전했다.
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나 규제프리존법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얘기했는데, 그런 부분은 정기국회에서 현재 제출된 법안대로는 아니겠지만 대체적인 내용으로라도 반영되도록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있지 않겠느냐는 답변이 있었다"고 했다.
복수의 참석자들의 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경제 성장의 당위성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저성장을 탈출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기업"이라는 말로 기업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은 실력이 있어서 기만 살려주고 신바람만 불어넣으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며 기업인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주로 기업인들의 애로사항 등을 경청하면서 기운을 북돋워 줬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유통업이 힘들었는데 난관을 극복하면서 성장해왔고 지금은 미국에 진출할 정도로 실력을 갖추게 됐다"고 이야기하자 문 대통령은 그간의 노고를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월마트같은 기라성 같은 기업과 경쟁해 생존할 정도로 우리 기업은 뛰어나다"면서 "이런 저성장도 기업들이 신바람을 통해 돌파할 수 있는 만큼 기업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기업인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 등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기업의 노력에 한계가 있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고도 한다.
참석자 중 일부는 노조 활동으로 인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세간의 지적을 두고 자체적으로 기업과 노조가 상생할 방안을 내놓았다고 전해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 정부가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지향하기 때문에 협력업체들뿐만 아니라 노조, 근로자와 기업이 다 같이 잘사는 경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서는 문 대통령과 기업인 간에 '비정규직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원론적이고 근본적인 수준에서의 대화가 오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날 간담회 마무리 발언은 참석자 중 최고령자인 손경식 회장이 했다.
손 회장은 회의 말미에 "오늘 너무 만족스럽다. 대통령 말씀을 듣고 푸근하게 느끼고 간다"고 말해 이날 간담회 분위기를 짐작게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오늘 대화를 많이 했는데 혹시 말하지 못한 게 있으면 더 해도 좋다"고 했지만, 추가 발언이 없어 "앞으로 더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자"고 다음을 기약하며 마무리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간담회 직후 긴급 본부장 회의를 소집해 간담회 결과를 공유하며 "대통령이 기업별 애로 사항을 미리 파악해 일일이 관심을 표명했다"면서 "국내 산업 육성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매우 강력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참석자들도 자기 기업의 자랑거리를 내세우기보다 전반적인 국가경제발전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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