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권 관계자는 "청문회에서는 의원들 질의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였고 인품이 좋다는 평가가 많아서 마냥 부드럽게만 봤다"며 "취임한 지 일주일여 만에 이렇게 금융회사를 저격하는 발언을 쏟아낼지는 몰랐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들도 놀라긴 마찬가지다.
최 위원장은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이 취약하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부담이 재정뿐 아니라 국민에게 올 수 있다"며 "이게 은행인가 싶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 주력해 쉬운 영업에만 치중하는 영업행태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면서 은행을 전당포에 비유하기도 했다.
다음날 카카오뱅크 출범식에서도 거침 없는 발언이 이어졌다. 최 위원장은 "거대한 변화를 이끄는 주체는 은행·보험사 같은 대형 금융회사가 아니라 인터넷은행과 같은 작지만 빠른 혁신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최 위원장의 발언은 금융위가 추진해 온 금융개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결은 다르다. 임종룡 전 위원장이 금융개혁의 발판을 마련하고 금융사 위주의 서비스를 소비자 친화적으로 개선했다면, 최종구식 금융개혁은 금융회사의 보신주의 타파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첫 번째 타깃은 1금융권인 은행이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로 이익을 취하는 영업행태를 두고 금리 장사에 주력한다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은행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가산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도 예금금리 인상폭은 한 없이 더뎠다. 다른 금융권에서는 '맞을 매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금융업권에서는 언제 우리에게 화살이 돌아올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동시에 기대의 목소리도 크다. 한 관계자는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융회사에 이렇게 직언을 날리는 위원장이라면 그만큼 금융권의 해묵은 규제와 관행들도 적극적으로 해소해주지 않겠냐"는 속내를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