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상반기 빅배스를 통해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털어내며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연말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이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512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2012년 지주사 설립 이후 최대 실적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김용환 회장의 결단력 있는 모습이 농협금융 전체의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다.
안정궤도에 올랐다는 기쁨을 뒤로하고 김 회장은 요즘 흔들림 없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디지털, 시너지, 글로벌 등 3대 키워드를 앞세워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최근 서울 농협금융지주 본사에서 만난 김 회장은 "경쟁 체제의 기반을 다진 만큼 이제부터는 수익성과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혁신방안을 마련하도록 계열사에 지시했다"며 "지난달 열린 CEO회의에서 계열사별로 CEO가 직접 보고하고, 보고사항에 대해 CEO들이 허심탄회하게 토론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경쟁사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디지털 강화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 △글로벌 부문 고도화 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올원뱅크 앞세워 디지털·시너지·글로벌 영향력 강화
농협금융은 핀테크 강자다. 개방성을 앞세운 '올원뱅크'가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올원뱅크에 로그인하면 은행뿐 아니라 손해보험, 캐피털, 저축은행 등 금융지주의 전 계열사가 제공하는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 방식"이라며 "현재 70만여명 수준인 가입자 수를 160만명까지 폭발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농협금융은 올원뱅크 등 비대면 채널 경쟁력 강화, 지방세 스마트 고지 등 공공핀테크 진출, API 오픈 플랫폼 구축 등 개별 사업에서 성과를 거뒀다. 올 초에는 지주 디지털금융단과 은행 디지털혁신단을 신설하는 등 디지털금융 추진 체계를 구축했다.
그룹 차원에서는 역량을 모아 상품·마케팅·채널·업무 프로세스 등 금융업 전 부문에 걸친 디지털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젊은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비대면 채널과 상품 경쟁력 강화, 클라우드 브랜치 도입, 핀테크 기업 협업, 빅데이터 분석 등 핵심 역량도 강화할 계획이다.
베트남에서도 빠른 시일 내 올원뱅크를 출시한다. 김 회장은 "디지털·핀테크 금융분야의 강점을 접목해 미래 금융변화를 활용한 해외진출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베트남을 시작으로 인도, 캄보디아 등 해외지점 신설과 연계한 비대면 글로벌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 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 중심으로 글로벌 행보 박차
김용환 회장은 2015년 취임 이후 농업 개발 수요가 있는 아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 유사성과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거 농협금융 수장들의 선진국 위주 거점 확보 전략과는 다른 행보다.
그는 "농협은 한국에서 농업 부문 실물경제의 핵심 기관"이라며 "그동안의 경험과 기술을 금융과 결합하여 농업 중심 개발도상국에 협동조합형 모델을 전수, 다른 금융그룹과의 차별성을 도모하고 현지 당국의 정책적 지원과 현지화를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농협금융은 현재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를 타깃 국가로 선정해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과 미얀마, 베트남에 교두보를 마련함으로써 해외사업 활성화 기반을 다졌다.
김 회장은 과거 은행 위주 사무소-지점-법인 형태의 획일적인 방식을 벗어나 단기간에 현지화가 가능하고 성공가능성이 큰 조인트벤처, M&A 방식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그는 "중국은 지난해 최대 농업협동조합 그룹인 공소그룹과 융자리스 사업을 시작했고 앞으로 은행, 소액대출업 등 합작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라며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는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가 공동으로 M&A 방식에 의한 금융업 진출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20년까지 순익 1조6500억원 목표… 남은 과제는?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9월 자산관리 전담 조직을 만들고 카드사업 자율성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2020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자산관리 사업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룹 차원에서 고객 자산의 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을 가장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 회장은 고객 자산의 수익률을 제고하는 것이 금융회사 본연의 역할이자 WM사업의 핵심 경쟁력임을 강조하고, 지주·은행·증권·자산운용의 역량을 모아 고객 자산 증식을 위한 대책 수립을 주문했다. 결국 계열사 간의 시너지 효과만이 치열한 금융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김 회장은 "최근 금융권 경쟁구도가 업권 내 개별회사 간 경쟁에서 그룹 간으로 확장됐다"며 "은행, 보험, 증권, 카드 핵심 사업이 모두 업계 5위권 이내인 데다가 유통·경제·상호금융 등 유통-금융이 결합돼 있어 성장잠재력이 충분하다"라고 자신했다.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사업기반이 마련된 만큼 앞으로는 이를 체계화하고 성과 극대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기업투자금융(CIB)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은행의 전통적 수익원이 한계에 직면한 만큼 업권별 기존사업 경쟁력 강화만으로는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회장은 농협만이 가진 장점을 활용한 업권별 협업으로 CIB에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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