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를 입체개발한다니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가네요. 어떤 식으로 개발하든지 속도 좀 냈으면 좋겠어요."
30일 오전 찾은 지하철 신분당선 복정역 1번 출구 인근에서 만난 김모씨(37)는 자신이 서 있는 복정역세권이 입체복합도시로 개발된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에게 기자의 스마트폰을 건네 대표적인 도로공간 입체개발 사례인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사진 몇 장을 보여주니 "우리나라에서 이런 개발이 가능하겠냐"는 의심 섞인 물음만이 돌아왔다.
국내에 아직은 생소한 개념인 '도로 상하부 입체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첫 시범사업지로 유력하게 떠오른 곳은 위례신도시 복정역세권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미 지난 12일 28만9000㎡ 규모의 복정역세권을 입체복합도시로 개발하기 위한 설계공모에 들어갔다. <본지 2017년 7월 27일자 단독기사 바로가기>
복정역세권 한복판을 관통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송파IC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업지원시설과 전시장, 회의장, 주민 문화시설 등을 조성해 세계인이 찾는 명소를 만들겠다는 것이 LH의 구상이다. 주변에는 민간투자 등을 통해 백화점과 쇼핑몰, 오피스 등 상업과 업무시설 및 주상복합 등 주거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LH가 복정역세권을 입체개발하기로 한 이유는 부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송파IC로 인해 향후 복정역세권 개발 시 도시가 좌우로 단절돼 토지이용 효율이 떨어지고 높이 13m 정도의 방음벽이 미관을 해쳐 도시 활성화를 저해하는 등 각종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LH는 골칫덩어리인 도로를 지하로 넣고 상부공간을 활용하는 입체개발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행법상 당장 복정역세권을 LH의 구상대로 입체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올해 국토부의 '도로공간의 입체적 활용에 관한 법률' 법제화 작업이 끝난 뒤, 오는 2019년 시범사업으로 선정될 경우에는 본격적인 입체개발이 가능해진다.
안전펜스가 쳐져 있는 복정역세권 부지를 한 바퀴 돌아보니 송파IC 위치가 야속했다. 도로가 부지를 두 개로 갈라 놓아 일반적인 도시개발 시에는 지하보도를 설치하거나, 육교를 건너지 않는다면 큰 도로를 통해 돌아가야 할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다만, 이를 지하화하고 그 위 공간을 연결하는 형태의 입체개발이 이뤄진다면 문제가 없어보였다.
당초 한국도로공사는 오는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송파IC 개선공사를 진행 중이었으나, LH가 복정역세권 입체개발을 위해 협조를 요청하면서 올해 초 공사가 중단돼 주변은 매우 어수선했다.
이날 복정역세권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LH의 입체개발 추진 소식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한편, 사업 장기화와 무산 등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복정역세권 인근 '위례자이' 거주민 임모씨(46·여)는 "복잡한 송파IC를 지하화해 개발한다는 발상은 정말 좋은 것 같다"면서도 "매번 개발한다는 소식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되도록 빨리 추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복정역세권 입체개발은 주변 부동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해 입주 4년 차를 맞은 위례신도시는 전체 4만3000여 가구 입주물량 중 2만 가구 이상이 이미 입주를 마쳤다. 주변 인프라가 속속 갖춰지고 아파트값 상승세도 이어지는 가운데 사실상 방치돼 있는 복정역세권이 LH의 구상대로 입체개발될 경우 주변 아파트값 상승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위례중앙초등학교 인근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LH가 개발한다는 구상대로만 추진된다면, 현재 교통이 복잡하고 어수선한 복정역 주변 분위기가 확 달라지면서 인근 부동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개발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장기간 개발기간이 필요한 만큼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섣부르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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