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세종도서' 790종 선정…'블랙리스트'에 막혔던 책들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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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기자
입력 2017-07-3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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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술·교양·문학나눔 3개 부문 경쟁률, 전년보다 17% 증가

  • 윤이상 평전, 세월호 관련 책 등도 선정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열린 '청산과 개혁 -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17년 상반기 '세종도서'가 발표된 가운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빛을 보지 못했던 책들이 뒤늦게나마 선정돼 눈길을 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이기성, 이하 출판진흥원)은 지난달 21일 △학술(320종) △교양(220종) △문학나눔(250종) 등 3개 부문의 세종도서 총 790종을 선정·발표했다. 

1968년 시작된 세종도서 출판지원 사업은 정부가 전국 공공도서관 등에 비치할 우수 도서를 선정해 이를 종당 1000만원 이내로 구매하는 것으로, 그동안 부문별로 연 1회씩 추진돼 왔다. 올해는 상반기에 학술·교양·문학나눔, 하반기에 교양·문학나눔으로 연 5회로 확대 추진하며, 연간 총 1260여종을 선정할 계획이다.

감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문화체육관광부 기관운영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출판진흥원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세종도서 사업 최종 심사시 지원배제 대상 도서가 선정되지 않도록 심의 당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부각해 설명했고, 결국 22종의 도서가 세종도서 선정에서 배제됐다. 소위 '문제도서'로 분류돼 지원배제 목록에 오른 책에는 지난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도 포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와 진상 규명을 천명한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일까, 출판계에선 "세종도서에서도 '훈풍'이 감지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 남양주시 덕소초등학교에 비치된 세종도서. [사진=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제공]


먼저 세종도서 사업에 참여한 출판사들의 수가 지난해보다 늘었다. 올해 세종도서 사업엔 학술 4013종, 교양 3429종, 문학나눔 1627종이 신청·접수됐고, 3개 부문 평균 경쟁률은 11.5대 1로 전년대비 17% 증가했다. 

세종도서 심사위원 선정과 심사 방법도 개선됐다. 학술·교양 부문은 학회와 단체의 추천을 받은 전문가, 도서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풀에서 추첨을 통해 각각 85명, 66명으로 심사위원을 구성했고, 문학나눔 부문은 심사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문학평론가, 작가, 도서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풀에서 추첨을 통해 40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는 '3단계 합의제'로 진행됐는데, 심사위원 개별 사전 검토를 거쳐 ①소분과별 예비검토·교차 심사 ②분과별 심사위원회 심사 ③선정위원회 심사 등의 과정을 통해 최종 선정작이 추려졌다. 

이러한 '변화'는 세종도서 목록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박근혜 정부 등 보수 기득권층이 그간 금기시해 온 대표적 인사인 작곡가 윤이상의 삶을 다룬 '윤이상 평전'(삼인), 세월호 수색에 참여한 민간잠수사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김탁환의 소설 '거짓말이다'(북스피어), 그리고 2015년작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으로 '문제도서' 작가로 분류됐던 공지영의 수필 '시인의 밥상'(한겨레출판) 등이 세종도서에 선정된 것. 

세월호 관련 책을 펴내 미운털이 박혔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창비와 문학동네도 각각 13종, 12종의 책을 세종도서 목록에 올렸다. 이 두 출판사는 그 규모에 걸맞게 거의 매년 세종도서 선정 상한선인 25종을 다 채워 왔으나, 2015년에는 두 군데 모두 6종의 세종도서만 배출한 바 있다. 
 

2017년 상반기 세종도서에 선정된 '윤이상 평전'과 '거짓말이다' [사진=삼인·북스피어 제공]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됐던 한 출판계 대표는 "일각에서는 '진보 정권이 들어서니, 진보적 색채의 책이 세종도서에 포함된 거 아니냐'고 비꼬지만, 이번 세종도서 선정 결과는 '비정상이 정상으로 이제 막 가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며 "세종도서 사업이 앞으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며 꾸준히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다면, 더 건전하고 다양한 책들이 우리 손에 쥐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상반기 세종도서에 선정된 도서는 전문도서관, 작은도서관, 학교도서관, 사회복지시설 등 전국 5300여곳에 보급될 예정이며, 선정도서 목록은 출판진흥원 누리집(www.kpipa.or.kr)과 세종도서 온라인시스템(bookapply.kpip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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