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철강ㆍ조선 등 제조업 추락…'소득주도 성장'에 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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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입력 2017-07-3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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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업 성장세 0%대 장기화…반도체 착시에 심리만 회복세

  • 제조업 추락 원인, 저성장 고착화·공급과잉·대기업 공장 해외 이전 등 다양

  • 일자리 3만3000개 사라지는 조선업…제조업 부진 일자리 창출 저해

[김효곤 기자]

한국 제조업 추락이 장기화되고 있다. 반도체의 폭발적 성장에 가려 전체 제조업의 생산능력이 좋아지는 착시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섬유·철강·석유화학·조선 등 경제주력으로 꼽혔던 산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이들 주력 산업은 중국의 부상, 공급 과잉 등 한계에 부딪힌 모습으로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제조업의 추락은 문재인 정부가 내건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에 암초로 부상했다.

조선업의 경우, 올 하반기에만 3만3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제조업 부진→투자감소→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 제조업 성장세 0%대 장기화…반도체 착시에 심리만 회복세

제조업 생산은 2013년 0.7% 증가한 이후 제자리걸음의 연속이다. 2014년 증가 폭이 0.3%로 줄었고, 이듬해에는 아예 0.3% 뒷걸음질 쳤다. 제조업 생산이 감소한 것은 2009년 0.2% 줄어든 이후 6년 만에 처음이었다.

지난해에는 1.0% 늘며 외형적으로는 0%대 성장을 벗어났지만, 전년 생산감소에 따른 기저효과에 따른 영향으로 긍정적 신호로 해석되지 못했다.

지난 2분기 제조업 생산도 1년 전보다 0.5% 증가에 그치는 등 제조업 부진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 부진은 저조한 평균 가동률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2분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년 동기보다 1.6% 하락한 71.6%를 기록,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 몸살을 앓던 1998년(66.4%)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현실과 반대로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9분기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기대심리는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이다. 반도체 호조세에 기인한 착시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전체 제조업 생산이 1.0% 증가하는 동안, 반도체 생산만 무려 20.8%나 늘어나며 불균형이 심화된 모습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조업은 이미 어려웠었는데 최근 반도체 성과에 가려져 있다"면서 "수출 제조업의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제조업 추락 원인, 저성장 고착화·공급과잉·대기업 공장 해외 이전 등 다양

제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은 한국경제 자체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2014년(3.3%) 한해만 제외하고 모두 2%대에 머물렀다.

새 정부가 임기내 '3% 성장능력 유지'를 정책 목표로 내건 것도 이런 저성장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또 강력한 생산유발 효과로 한국경제를 견인하던 조선·철강 등 주력산업이 잇따라 구조조정 대상으로 추락한 점도 제조업 위기의 주된 원인이다.

지난해 본격화한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따른 칼바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철강·석유화학은 글로벌 시장 공급 과잉으로, 조선업에 이어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유화·철강은 더 지켜봐야 한다"며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면 때를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선점한 제조업 시장을 상당 부분 중국에 잠식당하는 점도, 한국 제조업의 쇠퇴를 당긴 요인이다.

중국은 최근 삼성을 능가하는 초우량 글로벌 기업 육성을 위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사를 총동원해 지원하는 등 '제조강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기업 공장의 해외 이전 행렬도 한국 제조업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면 처음에는 부품을 한국에서 수입해 쓰다가 시간이 지나면 모두 현지에서 조달하게 된다"며 "결국 해당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던 3·4차 업체도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일자리 3만3000개 사라지는 조선업…제조업 부진 일자리 창출 저해

하반기 조선업종은 수주 급감과 대규모 구조조정 여파로, 작년 동기 대비 3만3000명분의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또 섬유·철강 등도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30일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발표한 '2017년 하반기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일자리 전망이 가장 어두운 업종은 조선이다.

조선업은 세계경기 둔화, 선박공급과잉, 유가 약세 등으로 인한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주급감과 구조조정 여파까지 겹쳐 올 하반기 고용이 작년 동기(16만1288명)대비 20.2%(3만3000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섬유 역시 동남아 지역의 섬유소재 수요 증가와 EU(유럽연합)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오더 증가로 작년 하반기(18만8835명)보다 1.7%(3000명)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철강도 시황부진으로 작년 하반기(11만4895명)보다 1.4%(2000명), 디스플레이는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축소에 따른 부품소재 시장위축으로 작년 동기(13만1552명)에 비해 0.9%(1000명) 감소가 각각 예상됐다.

이는 제조업 부진이 문 정부 일자리 창출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제조업의 향후 전망도 어둡다는 점이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달리, 현재 진행 중인 제조업 불황은 오랜 기간 계속된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 제조업의 위기는 글로벌 생산과잉에서 비롯돼 성장에 한계가 있는 분야는 냉정한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생산을 늘리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 생산과잉인 만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철강·화학 구조조정이 미흡하고, 반도체는 좋지만 스마트폰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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