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제헌의회 선거 후폭풍..마두로 독재 길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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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7-07-3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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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전국에서 제헌의회 의원 투표가 진행된 가운데 수도 카라카스에서 반정부 시위자들이 도로를 막고 바리케이드를 세운 모습. 4개월째 이어진 반정부 시위는 이날 정부의 투표 강행으로 시가전을 방불케하는 극렬한 충돌이 벌어지면서 사상자가 속출했다. [사진=AP연합]


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서 헌법 개정을 위한 제헌의원 투표가 강행되면서 정부군과 반정부 시위대의 격렬한 충돌로 최소 9명이 이상이 숨졌다고 AFP통신과 CNN 등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에 따른 사망자 수는 120명을 훌쩍 넘어섰다.

베네수엘라는 30일 오전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의원 545명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를 치렀다. 선출된 545명의 의원들은 새롭게 제헌의회를 구성하며 현재 입법기관인 국회를 대신해 헌법을 개정하고 국회를 해산하는 등의 절대적 힘을 갖는다. 사실상 현재 야권이 장악한 국회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게다가 제헌의원 후보자 중에는 마두로 대통령의 가족 등 친정부 인사가 대거 포진한 데 반해 주요 야권 인사가 없다. 제헌의회가 마두로 대통령의 꼭두각시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시민들의 저항은 제헌의회가 경제 파탄의 주범인 마두로 대통령에게 독재로 가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CNN은 이번 투표가 베네수엘라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야당과 베네수엘라 시민들은 정부의 제헌의회 결정에 반발해 총파업과 가두시위를 벌이면서 투표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날 전국 1만4500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일부 국민들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침묵시위를 벌였고 일부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투표를 막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다만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일부 국민들은 투표소에서 긴 줄을 늘어서기도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투표율이 제헌의회의 정당성을 결정할 열쇠가 되겠지만 투표율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야권과 정부의 투표율 집계 결과도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첫 번째 투표자로 나선 마두로 대통령은 트위터에 “높은 투표율로 성공적인 하루였다”고 적었다.

베네수엘라 전역에서는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 매체별로 사상자 수가 제각각인 가운데 10대 두 명과 경찰 1명을 포함해 최소 9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AFP는 전했다.

AFP가 공개한 한 영상에서는 수도 카라카스에서 십여 대의 경찰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중에 폭탄이 터지면서 경찰 한 명의 신체 일부에 불길에 휩싸인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다. 서부 타치라 주에서는 경찰과 시위대 간 총격전이 벌어져 10대 두 명과 경찰 1명이 사망했다.

29일에는 선거 후보자였던 호세 펠릭스 피네다가 자택에서 총에 맞아 숨졌으며 30일 오전에는 야권 지역 대표인 리카르도 캄포스가 사망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제헌의회 투표는 결국 마두로 권력 강화로 귀결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 유럽, 남미를 포함한 국제사회 역시 베네수엘라에서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정부는 2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전현직 고위관리 13명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외교관 가족들을 추방하는 등의 제재를 부과했고 제헌의원들 역시 민주주의 훼손의 책임을 물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트위터]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트위터에 “마두로가 부끄러운 투표를 통해 독재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면서 “우리는 불법 정부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미국의 경제적 추가 제재도 예상된다. 베네수엘라는 국가 수입 중 95%를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출량 중 40%가 미국을 향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원유 수입을 중단할 경우 안 그래도 극한의 궁핍에 몰린 베네수엘라의 인권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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