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고향을 사랑하고, 내 조국의 풍요로운 산과 강 그리고 흙을 사랑하고, 대지 위의 모든 생명을 사랑하기에 한평생 평범한 중국인의 마음을 그림으로 그리고 시로 썼다. 내가 끊임 없이 추구한 것은 다름 아닌 평화였다."
'중국의 피카소'라 불리며 중국의 인민예술가 반열에 오른 치바이스(齊白石, 1864~1957)의 전시가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다.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은 오는 10월 8일까지 서울서예박물관에서 한·중 수교 2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치바이스 - 목장(木匠)에서 거장(巨匠)까지'를 개최한다. 예술의전당이 중국호남성문화청·주한중국대사관·중국문화원과 함께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새우', '병아리와 풀벌레', '물소', '포도와 청설모', '수양버들' 등 치바이스의 대표 그림과 서예·전각 136점, 한·중 현대작가들의 오마주 작품 40여점을 공개한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농사일을 돕고 소를 치는 등 가사(家事)에 시달리던 치바이스는 열네 살부터 목공일을 시작했다. 나무를 다듬으면서도 그는 일감이 없는 밤이면 글을 읽고 그림을 그렸고, 스물일곱 살이 돼서야 스승을 만나 시작(詩作) 지도를 받게 된다.
그가 그림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서른 살 이후부터인데, 직업 화가로서의 출발은 매우 늦은 편이었지만 그는 이내 대중적 인기나 예술적 경지에서 사실상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며 20세기 동아시아 미술의 최고봉으로 손꼽히게 된다.
그의 작품 '송백고립도'(松柏高立圖)·'전서사언련'(篆書四言聯)은 2011년 베이징에서 열린 춘계경매회에서 714억원을 웃도는 가격에 낙찰돼 전세계 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이번 전시 출품작들의 보험가액만 해도 1500억여원에 이른다.
이동국 수석큐레이터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촉발된 한중 간 갈등으로 다수의 중국 관련 전시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번 전시는 치바이스라는 거장의 힘으로 비교적 순탄하게 열릴 수 있었다"며 "장르를 무한대로 넓히며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해석해낸 치바이스는 전통을 토대로 하되 현대미술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신문인화(新文人畵)를 창출해 중국 근현대미술을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는 치바이스의 예술미는 이른바 '치바이스 컬러'라 일컬을 정도로 강렬한 원색의 대비, 단숨에 죽죽 그어 내리는 직필과 디테일한 묘사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등학생 때 명동의 한 책방에서 치바이스의 화집을 본 후 그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는 사석원 작가는 "동양화 하는 사람들은 보통 '제대로 된 먹색을 내는데 40년이 걸린다'고 말한다"며 "내가 치바이스의 먹색을 따라가려면 400년으로도 모자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일에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치바이스와 21세기 동아시아 미술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한·중 양국의 학계와 서예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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