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뒤늦게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를 출범시킨 정부가 이젠 중기부 청사 입지 문제를 놓고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정부 중앙부처들이 모여 있는 ‘세종시’로의 이전과 중소기업‧벤처기업들이 많은 ‘대전시’ 잔류 중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31일 정부 및 업계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조만간 중기부 입지 선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 예정이지만, 확정까지는 시간이 한 달 가량 걸릴 예정이다.
중기부 장관이 취임한 후 결정돼야 하는 상황이지만, 장관 인선마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가 지명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어, 곧바로 취임하기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따라서 중기부 본청이 위치할 자리를 찾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분위기는 대전 잔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안부의 세종청사 이전이 확실시되는 만큼, 현재로선 중기부가 세종시에 들어갈 공간이 없다.
특히 대전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많이 존재하고 있어 벤처의 상징 지역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현 위치를 지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20년간 중기청이 존재했던 위치로, 대전의 상징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중소기업계 또한 세종시보다는 대전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종시보다는 교통이 편리한 대전시에 중기부가 위치하는 게 업무 효율성에서도 낫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따라 대전에 남을 경우, 기존 다른 청사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실제 중기부는 현재 다른 청사 한개 층을 확보해 확대된 조직과 인력을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다른 부지를 활용한 새로운 건물 신축보다는 기존 청사를 확대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세종시 이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모든 중앙부처가 존재하고 있고, 행정도시로서 자리를 완전한 굳히기 위해선 이번 정권의 핵심부처가 될 중기부가 자리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설부처로서 출범 초 안정적 정책 추진을 위해, 타부처와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게 같은 지역에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일부 중기부 내에서도 부로 승격된 만큼 다른 부처들과 같은 장소에서 뛰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부처 이전을 관장하는 행안부의 한 관계자는 “중기부가 부처가 됐다고 해서 세종시로 가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며 “행복도시법 내 6개 부처 외엔 이전을 해야 한다는 내용은 있지만, 당시 중기부는 청으로서 여기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종시 이전과 관련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기부 입지는 장관이 취임한 후 결정될 사항으로, 대통령 승인까지 거쳐야 하는 만큼 시간이 좀더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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