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頭節(무두절)에 늘어난 '길과장'…세종청사 장관집무실은 '개점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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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입력 2017-07-3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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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처 장관, 국회ㆍ현장방문 잦아져…여의도 인근에 집무실 차리기도

  • 한달 공무원 5000명 서울 출장…하루평균 출장비만 7700만원

새 정부 출범 두 달이 지났지만 정부세종청사 입주부처 장관들은 각종 국회 현안 등의 이유로 청사에 머무는 시간이 거의 없다.[연합]

정부세종청사 입주부처 장관 집무실이 새 정부 출범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다. 정치권 이슈가 되는 핵심 현안을 야당에 설명하기 위해 장관들의 국회방문이 늘고, 현장방문 등 빡빡한 대외 일정을 소화하는 탓이다.

장관들이 세종시에 머무는 시간이 줄자, 실‧국장도 덩달아 자리를 비우기 일쑤다. 지난해까지 공직기강을 잡겠다며 세종청사 정문에서 출입시간까지 일일이 체크했던 행정안전부는 새 정부 출범 후 다시 느슨해졌다.

지난 2012년 12월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가 입주한 정부세종청사는 5년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주여건이 잡히지 않고 있다. 장관들조차 관사에 머무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

일부 장관들은 장관 집무실을 아예 서울에 차린 곳이 부지기수다. 워낙 서울 일정이 많다보니 효율적인 업무차원에서 여의도 인근에 집무실을 꾸린 부처도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주일 평균 1회 방문이 고작이다. 그나마도 온전히 업무시간을 채우는 것이 불가능하다.

공식 일정이 없는 날엔 추경통과를 위해 야당 설득작업을 했다. 다음달 세법개정안, 내년도 예산안 등 현안이 산적해 김 부총리는 당분간 세종시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장관 인사청문회, 추경, 경제정책방향 등 굵직한 현안이 줄줄이 쏟아지자 실‧국장들 역시 서울행에 몸을 싣는 일이 잦아졌다. 세종시가 업무지인데, 여전히 ‘출장지’ 느낌이 강한 이유다.

코레일에 따르면 평일 업무시간 기준으로 한달에 5000여명의 공무원이 세종시와 서울을 오간다. 이는 세종청사 입주 초기보다 3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세종청사 초기에 서울~세종 출장이 잦던 공무원을 일컫던 ‘길 과장’이 오히려 더 많아진 셈이다.

길 과장들이 많아지면서 세종청사 인근 식당과 상권들도 부침이 커졌다. 그나마 평일 저녁에 북적이던 주요 상가는 빠져나간 공무원들로 텅빈 곳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연쇄적인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처럼 세종시 입주부처의 업무 비효율이 심각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분원 설치 등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번 정부 조직개편에서 행정안전부가 세종시로 내려오는 것도 이런 정주여건을 확실하게 챙기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행정안전부가 세종시에서 1년 이상 근무한 8개 경제부처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74%가 세종시 이주로 정책품질이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또 1급 공무원 가운데 30%는 일주일에 3~4회 출장이 불가피한 구조다.

세종청사 입주부처 관계자는 “지난 5년간 한국 정부의 3분의 2가 세종시로 이전했지만, 여전히 고위 간부의 서울업무는 줄어들고 있지 않다”며 “막대한 예산으로 설치한 화상회의 시스템도 세종청사 입주 초기 잠깐 활용했을 뿐, 지금은 개점휴업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출장의 대부분이 국회다. 국회와 밀접한  업무특성상 국회의사당이 있는 서울을 오가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른 비용도 만만찮다. 하루 평균 7700만원이 출장비로 쓰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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