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하계휴가(7.30~8.5)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 통화’를 추진, ‘더 강한 대북 제재’를 논의키로 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 발사에 따른 한반도 위기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서인데, 문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북한발(發) 변수로 대통령이 휴가를 미룰 경우 위기를 부추길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없다"고 하지만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안보 불감증’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북한이 레드라인(red line·한계선 넘을 경우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경고)을 넘어 ‘레드존’(red zone·관리할 수 없는 위험 상황을 일컫는 말)을 넘은 상황에서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50분간 긴급 통화를 통해 미·일 간 신속 대응 체제를 구축키로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1일 "한미 양국은 북 미사일 발사 이후 포괄적으로 공동대응하고, 취할 조치를 다 취했다. 양국의 안보보좌관과 안보실장이 사전 협의, 사후 조치가 있기 때문에 양국 정상이 긴급하게 통화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靑 “文대통령, 트럼프와 휴가 직후 통화 예정”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조만간 통화할 예정이고 일정은 조율 중”이라며 “(양국 간 정상 통화의) 정확한 시점은 현재 알 수 없으나, 대통령이 휴가를 다녀오신 직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인 29일 새벽 정의용 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통화했다”며 “그 과정에서 양 정상 간 필요하면 바로 대화한다는 데도 의견 일치가 됐다”고 말했다.
한·일 공조 체제도 구축한다. 이 관계자는 “일본 쪽에서 어제 외교부를 통해 양 정상 간 통화를 요청해 왔다”며 “조만간 시간을 잡아서 통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통화 시기는 문 대통령의 하계휴가 직후로 예상된다.
특히 한·미·일 정상 간 통화의 핵심 의제는 무력 도발에 나선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한·미 (또는) 한국과 미·일이 어떻게 더 강도 높은 제재를 할지에 대한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드 배치 및 독자적 대북 제재 방안 급물살
이에 따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임시 추가 배치를 둘러싼 한·미·일 간 공조 태세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정의용 실장과 맥매스터 보좌관이 사전 합의한 내용 중 북한이 ICBM급 도발 시 사드 임시 배치 내용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으나 포괄적으로 얘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역으로 ‘한·미·일 대 중·러’ 간 신(新) 냉전 구도가 고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문 대통령이 추가로 독자적 대북 제재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앞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인 지난 29일 새벽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필요하다면 우리의 독자적 대북 제재 방안도 검토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 경우 유사시 북핵 시설 등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공대지 유도미사일 타우루스’가 유력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초 독일에서 들여와 같은 달 첫 실전 배치한 ‘타우루스’는 킬 체인(kill chain·표적을 미리 탐지해 선제공격하는 타격 순환체계)의 핵심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정치권이 문 대통령의 휴가시기를 비판하는 데 대해 “언제든지 대통령이 군 통수권을 지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놨다”고 일축했다. 바른정당은 “지금이 과연 휴가를 떠날 때냐”고 공개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고 해서 대통령이 휴가를 안 가는 것도 북한에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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