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의 시간은 끝났다"고 선언하며 북한의 고립을 위한 강력한 '제재카드'를 무기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자신들에게 북한 문제를 전가하는 대응 방식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미 공군은 2일(이하 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미니트맨Ⅲ'를 시험 발사한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타임스)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탄두가 장착되지 않은 시험 발사이지만 전문가들은 지난달 28일 밤 북한이 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한 데 대한 미국의 맞대응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미 공군은 앞서 지난 2월 8일과 4월 26일, 5월 3일에 각각 미니트맨Ⅲ 시험 발사에 성공해 미국의 핵 억지력을 확인했다.
미국의 대북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북한의 추가도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CNN은 "(미국은) 북한이 지난달 30일 신포 조선소에서 매우 특이하고 전례 없는 수준의 잠수함 활동과 미사일 '콜드 론치(cold-launch·냉발사)' 체계를 점검하기 위해 사출시험을 한 증거를 감지했다"고 31일 보도했다. 콜드 론치란 강력한 압축가스로 미사일을 일정 높이 이상으로 쏘아올린 후 공중에서 추진기관을 점화하여 비행시키는 방식이다. 북한의 미사일 사출시험은 올해 들어 네번째, 7월에만 세번째라고 CNN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존 켈리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의 취임에 맞춰 가진 백악관 회의에서 “북한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우리는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미국의 강력한 대응 조치를 예고했다.
미국의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번 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30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그러나 트럼프가 어떤 최종 결정을 내릴지는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은 중국의 행동을 끌어내기 위해 전면적인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개인 제재)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북한의 두번째 ICBM 발사 시험 직후 "중국은 말만 할 뿐 우리를 위해 북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외신들은 미국의 세컨더리 적용 대상에 중국뿐 아니라 북한과 불법 거래하는 러시아 기업과 개인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중국·러시아 "노력했지만 효과 없어··· 모든 책임은 미국에"
미 의회 전문지 더 힐 등 외신이 지난달 3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모스크바와 베이징이 북한을 지지하고 미사일 개발 등을 허용하고 있다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책임 전가에는 근거가 없다"며 "오히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으로 북한을 압력하는 미국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는 북한의 반복적인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한반도 상황에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조건 없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지향해야 한다"고 기존 대북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간 다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러시아 정부가 공식 대북 입장을 밝힌 것은 앞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의 주요 경제적 지원자인 중국과 러시아에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북핵 문제 외에도 미국의 추가 제재조치에 따른 미 외교관 추방 등 미국과의 외교 갈등을 겪고 있어 미·러 대립이 깊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 인사들이 잇따라 '중국의 북핵 책임론'을 앞세우며 공세를 펼치자 중국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북한의 이웃 국가로서 중재에 최선을 다해왔는데도 중국에 책임론을 떠안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류제이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미 간 문제인 북핵 해결의 기본 책임은 미국과 북한에 있다"며 "중국은 중재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 문제가 주요 당사자에게 달려 있는 만큼 중국의 노력이 실질적인 결과물을 얻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도발 자제 촉구와 대화 재개 등의 책임이 미국과 북한에 달렸다는 점을 구체화한 것으로, '중국 책임론'을 정면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류 대사는 또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이 안보리에서 논의 중이며 이와 관련한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미국의 중·러 압박 구체화
반면 강력한 대북 제재를 고수해온 미국과 일본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통해 원유 금수 조치 등 초강경 대북 압박을 구상하는 가운데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가 적극적인 동참을 자제하면서 불만이 극에 달한 것이다.
미 정치주간지 더 네이션 등 외신에 따르면 미·일의 중·러 압박 정책이 더욱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회담에서 미·일 양국이 대북 '추가 조치'를 단행키로 한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북한이 거듭된 핵·미사일 도발로 세계를 위협할수록 더욱 고립되고 경제는 더욱 약해질 것"이라며 고강도 대북제재를 시사했다.
지난주 미국 의회는 북한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을 봉쇄하고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비롯한 국가들이 북한과 인력·상품 거래 등을 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내용의 제재 법안을 가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안은 바로 시행된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30일 북한의 ICBM 발사로 미국의 본토까지 직접 위협 받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의 시간은 끝났다"며 미국이 말보다 행동에 나살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대북 압박이 현저히 강화되지 않으면 안보리의 대북 결의는 의미가 없다고 말하며 대북 관련 안보리 긴급 회의를 거부했다.
중국 관영 언론은 북한의 도발 책임을 중국, 러시아 등에 돌리는 미국에 대해 거칠게 반박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일 미국을 이곳저곳 다리를 뻗어 상대국을 함정에 빠뜨리는 '탐욕스러운 문어'로 비유하고, 중국은 제 갈 길을 가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구시보는 "정보화된 선진국이라는 미국이 이란, 북한, 러시아 등 똑같이 '제재카드'를 꺼내들며 진부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미국이 각 분야의 독립적인 힘을 교모하게 이용해 무수한 다리를 뻗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어떤 다리에 대응을 해야 맞는 것인지 판단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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