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새 정부 출범 후 빠르게 안정세를 찾는 모양새다. 2%대 초반까지 밀리던 경제성장률은 어느새 3%대 달성이라는 희망적 메시지에 고무된 분위기다. 지난해 말 2%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국책연구기관이나 민간경제연구소도 정부 정책방향이나 흐름에 2%대 후반까지 상향조정하는 추세다.
하지만 정부의 희망대로 경제가 순항할지는 아직 장담하기 이르다. 먼저 당장 이번 주에 발표될 초강력 부동산대책이 변수다. 내수를 뒷받침하고 있는 큰 축인 부동산 경기가 정부의 이번 조치로 하방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통화긴축이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원화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변수다. 원화 강세는 분명 수출에 악재다.
이처럼 한국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수출과 내수 시장 모두 뜻밖의 악재에 노출된 상황에서 연일 거듭되는 북핵 도발로 지정학적 위기는 날로 고조되고 있다. 지금 당장 금융시장에 큰 영향은 주지 않고 있지만 '8월 위기설' 운운하는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회복 기미의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은 전 정부에서 2013년 4‧1대책을 시작으로 매년 크고 작은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대부분 ‘규제’보다 ‘촉진’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의 이런 기조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 경우 내수시장이 급격히 식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뜩이나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부진한 시점에서 부동산까지 위축되면, 내수를 끌어올릴 만한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활성화 대책에 반영됐다.
이런 관점에서 새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건설분야 등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3% 달성 시동을 걸기도 전에 큰 악재를 만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또 상승무드를 타고 있는 수출은 원화 강세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수출 다변화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환율은 1일 오전 1118원으로 시작했지만 전일과 같은 1120.50으로 유지했다.
이 밖에 북핵 위기로 촉발된 상황은 더욱 엄중하다. 특히 중국과의 사드 갈등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중 관계 개선은 올해 한국경제의 가장 큰 변수다. 통상교섭본부장의 임명으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도 본격적인 협상테이블이 차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초기에도 경제성장률 3%대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며 "2013년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기업들의 투자촉진을 위해 2일간의 현장투어를 불사하며 꺼져가던 경제성장률의 불씨를 댕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정부가 이런 불씨를 임기 말까지 가져가지 못한 것은 세월호(2014년), 메르스(2015년) 등 예상치 못한 악재들이 잇따라 한국경제를 덮쳤기 때문"이라며 "이런 악재들이 겹치며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새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와 소득재분배의 방향이 우리 경제 성장에 새로운 변화를 줄 것이라는 기대감과 달리 현재 직면한 변수와 악재들을 극복하고 대비하는 방안이 필요한 이유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기조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충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한국경제는 항상 여러 가지 변수에 흔들린 사례가 적지 않으며 정부에서 이런 변수와 악재를 사전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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