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피고인신문 2일차...박상진·장충기 '특검측 주장'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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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입력 2017-08-0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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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박상진 전 사장이 31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전직 임원들의 속행 공판에 피고인 신문을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이 좋은 말을 선별해 올림픽을 지원하라는 말을 제가 들었다면 등한시 했을리 없다."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삼성 전직 임원들에 대한 49차 공판에 박상진 삼성전자 전 사장이 출석해, 승마지원이 대가성을 위한 뇌물이라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박 전 사장은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지낸 인물로,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지원을 할 당시 깊이 관여한 인물로 꼽힌다.

이날 박 전 사장은 일관되게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올림픽 승마 훈련 지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최씨의 겁박으로 지원과정에서 다른 선수들이 배제되고 정씨 단독 지원으로 변질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승마협회장을 맡은 경위에 대해서도 "삼성전자 대외협력 사장으로 일하면서 다수의 외부단체 직책을 갖고 있어 승마협회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의전적인 역할만 했다"고 밝혔다. 또 "승마협회 사무실에 가본적도 없고, 일종의 명예직이라 관심을 많이 두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2차 독대 후...대책마련

박 전 사장은 승마협회에 특별한 관심이 없었다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2차 독대 이후 최씨에 대한 파악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단독 면담을 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며 "이 부회장이 올림픽 지원이 미진하다는 이유로 박 전 대통령께 질책을 받았다고 해 한동안 죄송스럽고 놀라 변명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박 전 사장은 급히 독일로 출국해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났다고 진술했다. 박 전 사장은 "박 전무는 오랜 기간 승마협회 전무로 재직했고, 승마계에 아는 지인도 많아 영향력이 컸다"며 "박 전무를 통해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친자매 이상으로 돈독하고, 최씨 딸 정씨를 대통령이 친딸처럼 아낀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사장은 최씨의 영향력을 확인한 후, 최씨 부탁을 거절하면 삼성에게 해코지 할 것을 우려했다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사장은 독대 당시에는 최씨의 영향력을 몰랐다고 못 박았다. 그는 "삼성의 올림픽 승마 지원을 어떻게 해야 대통령 뜻에 부합할지 논의했지 특정인을 지원하지 않아 대통령께 야단 맞았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당시에는 최씨와 정씨에 대한 거론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특검은 삼성이 2015년 7월 25일 전에 최씨의 영향력과 정씨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은 승마지원을 최씨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보고 있다.

◆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특검측 주장 반박

이어진 장 전 차장의 신문에서도 특검은 그간 재판에서 나왔던 핵심 증인들의 진술을 제시하며 혐의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하지만 특검 측의 주장과 장 전 차장의 진술은 정면으로 배치됐다. 장 전 차장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차 단독면담 전 청와대 측의 사전 요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그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기업현안과 애로사항 등을 사전에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과거 증언들과 배치된다. 장 전 차장은 안 전 수석에게 '준비해야 할 것'을 물었지만, 안 전 수석은 "준비할 것이 없다"고 답했다고 장 전 차장은 말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독대 시 질책을 한 이유를 두고서도 논쟁이 오갔다.

특검측은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야단친게 최씨 딸 정씨를 지원하지 않아서로 보인다"며 "여기에 대해 조치 하기위해, 올림픽 대비를 명분삼아 최씨가 원하는대로 정씨를 지원하는게 좋겠다는 보고를 받았냐"고 장 전 차장에게 물었다.

이에 장 전 차장은 "취지가 조금 다르다"며 "대통령이 특정 선수를 지원하라고 이야기한 건 아닌 것 같고, 이 부회장을 질책한 것도 올림픽 지원을 제대로 준비 안 한다고 질책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사장과 황성수 삼성전자 전 전무에게서 보고받을 때도 최씨가 자신의 딸을 지원 안 해준다고 대통령에게 삼성을 비방했다는 취지로 들은 것 같다"며 "대통령이 정씨 지원을 안 해줘서 화를 냈다는 말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특검측은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돈독하다는 이유만으로 300억원 가까이 되는 큰돈을 덜컥 지원 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장 전 차장은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가 현장에서 제대로 파악하고 지원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한편 박 전 사장과 장 전 차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길어지면서, 1일 예정됐던 이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신문은 2일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또 2일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된 박 전 대통령은 세 번째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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