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다우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2000포인트를 넘으면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우량주 30개로 구성된 다우지수는 2일 0.24% 오른 22,016.24로 장을 마감하면서 올해 들어 32번째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2일 다우지수를 밀어올린 것은 세계 시총 1위인 애플이었다. 애플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뒤 이날 주가가 4.7%나 급등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와 CNBC 등 미국 매체들의 집계에 따르면 다우지수는 지난 1년 동안 3% 이상 약세를 보인 적이 없다. 큰 변동성 없이 안정적으로 상승했다는 의미다. 속도도 빨랐다. 21,000에서 22,000까지 오르는 데 불과 107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노스웨스턴 뮤츄얼 자산운용의 브렌트 슈트 전략가는 CNBC에 “단기간에 먼 길을 왔다”면서 투자자들은 부정적 뉴스보다는 “고용 지표나 전 세계적 경제 회복과 같은 거시경제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4%에서 3.5%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하루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대선 당시에는 18,000이었던 증시가 22,000 고지에 다가섰다”면서 증시 상승에 자신의 공이 있음을 부각시켰다.
실제로 다우지수는 감세와 인프라 및 국방비 지출 확대 등 경제성장 정책을 약속한 경영자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23%나 올랐다.
일부 기업들은 실제로 '트럼프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미국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은 방산 부문에서 많은 수익을 내면서 트럼프 당선 후 주가가 70%나 치솟았다. 올해 다우지수 상승분 중 45%는 보잉의 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감세나 인프라 지출 등의 경제 성장 정책은 러시아 스캔들과 당파 싸움 속에서 흔들리고 있지만 시장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대기업들의 견조한 실적, 낮은 금리, 여타 선진국들의 경제 성장 기대감이 투심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다국적 기업들의 주가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과 유럽이 뚜렷한 경제 회복 추이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통상 주가가 오르는 경우 해당국 통화가 강세는 보이지만 올해는 보기 드물게 미국 증시는 오르는 데 반해 달러는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 약세는 수출을 주로 하는 대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실적에 도움이 된다.
퍼스널 캐피날의 크레이그 버크 애널리스트는 WP에 “달러 약세 효과가 기업 실적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달러 약세가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실적 기대감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7월 말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달러 약세로 미국 수출업체들의 실적 개선을 예상하면서 올해 말 S&P500지수 전망치를 종전의 2325에서 2500으로 높여 잡기도 했다. 2일 S&P500 지수는 0.1% 오른 2477.57에 장을 마감했다.
다만 향후 추가 상승을 가로막을 장애물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WSJ은 미국 경제 회복에서 상당 부분을 기여한 자동차 판매의 경우 7월에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아울러 최근 국제유가가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면서 에너지 기업들의 실적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대규모 통화 부양책을 펼치면서 경제 회복을 이끌었던 세계 각국이 중앙은행들이 서서히 긴축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시장 유동성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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