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년 만에 개각을 단행했다. 제3차 아베 내각이 들어선 후 세 번째 개각이다. 내각 3분의 1일 유임되면서 '반쪽 개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사학 비리 스캔들과 측근 막말 파문 등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은 아베 총리가 이번 개각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외교·안보 라인 집중...입장 달라도 '관료 경험자' 위주 기용
NHK, 지지통신 등 현지 언론은 3일 이번 개각 방향과 특징 등을 일제히 보도했다. 내각을 구성하는 관료 19명 가운데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등 아베 총리의 최측근 6명은 기존 전망대로 유임됐다. 새로운 각료도 6명이나 되지만 3분의 1이 유임되면서 '반쪽 개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새로운 외무상에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전 행정개혁담당상이 내정됐다. 고노 전 담당상은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의 주인공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의 아들이다. 탈원전 정책을 주장하고 있어 대표적인 반(反)아베파로 통한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재검토 작업에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자위대 문서 은폐·실언 논란 속에 공석이었던 방위상 자리 주인에는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전 방위상이 결정됐다. 오노데라 방위상 내정자는 북한의 핵·미시일에 대한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일본이 적 기지 공격능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강경파 중 하나다.
이번 개각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전체 각료 명단 중 7명이 과거 관료 경험자라는 점이다. 이는 지난해 개각에서 새로 등용했던 각료들이 잇따른 구설수로 조기 낙마하면서 경험이 중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된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총무상에 취임하는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문부과학상의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경제재생담상에 내정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자민당 정조회장이 내정된 점도 이를 반영한다.
1차 내각부터 외무상 자리를 지켰던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이날 같이 이뤄진 자민당 인사를 통해 자민당 정조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핵심 내각에 오를 것으로 기대됐던 이른바 '젊은 피'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농림부회장은 수석 부간사장으로 기용될 전망이다.
◆ 추락하는 지지율 반등·경제 부양 효과는 '글쎄'
당초 9월 정기국회에 대비하기 위해 8~9월께 개각을 단행할 방침이었던 아베 정권이 개각 카드를 꺼낸 것은 지지율 반토막 등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지난 3년간 정치적 입지를 다질 때 핵심 관료를 유임하거나 최측근을 새로 내정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아사히신문 등의 분석에 따르면 제1차 아베 내각부터 외무상 자리를 지키면서 이른바 '포스트 아베'로 부상했던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을 자민당 핵심 간부로 배정한 데도 이런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정조회장은 내각 일원으로서 정부 정책에 이의를 제기 할 수 없지만 비교적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베노믹스(아베의 경제 정책)의 부활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각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잇따른 정치 스캔들로 지지율이 20%대까지 곤두박질치며 위기를 맞으면서 정치인으로서 아베 총리의 신뢰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하락한 탓이다.
이른바 회전문 인사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다. 고노 다로 내정자 등 자신에게 비판적이었던 인물을 기용하는 등 개각에 변화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관방장관 등 핵심 관료를 유임하는 등 골격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신선미가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