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와 지지율] 中. MB정부-‘감세’로 국정초반 위기 모면…‘꼼수 증세’에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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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7-08-0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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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이명박 대통령 기념재단 홈페이지 ]


“이 세상에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죽음과 세금 빼고는.”(In this world nothing can be said to be certain, except death and taxes). 미국 건국 주역의 한 명인 벤저민 프랭클린(과학자·언론인·정치인)의 말이다.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한 ‘세금’은 서민·중산층에 가장 민감한 이슈다. ‘민주 대 반(反) 민주’를 능가하는 가장 파괴력 있는 선거 프레임이다. ‘세금의 정치학’에는 증세·감세의 당위론은 물론, 현실 가능한 목표 실현을 위한 전략·전술 등 고차 방정식이 숨어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자 증세'가 뜨거운 이슈다. 총 3회에 걸쳐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상황을 조명, 세금과 조세 저항의 현대사를 돌이켜본다. <편집자 주>
 
집권 초부터 ‘감세’를 외쳤던 이명박(MB) 정부도 세금과 지지율의 함수 관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맹비난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부의 초대 기획재정부 수장에 ‘감세 보약론’을 주장한 강만수 전 장관을 앉혔다. 

이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은 강 전 장관은 정부 출범 100일께인 2008년 6월 법인세 인하 등 감세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첫 해외 방문이었던 한·미 정상회담 기간 타결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반발, 100일간 ‘촛불집회’가 열린 시기와 맞물린다. 법인세 명목세율이 25%에서 22%로 낮아진 것도 이명박 정부 때다. 야권은 곧바로 '부자 감세' 프레임을 씌우며 반격에 나섰다.

MB정부의 감세 정책은 정권 초반 '쇠고기 촛불정국'의 국면전환 카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집권 2년차 때 시동을 걸었던 에어컨·냉장고·텔레비전·드럼세탁기 등에 개별소비세 부과, 술·담배에 부과하려던 ‘죄악세’ 등은 사실상의 서민 증세 논란을 불렀다. 세법개정안에 개별소비세 끼워 넣기는 ‘신혼세’, 죄악세는 ‘꼼수 증세’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듬해 치러진 2010년 6·2 지방선거(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승리를 내줬다.

◆‘16.9%’ MB 지지율, 감세 이후 32.6%로 반등

3일 정치권에 따르면 MB 노믹스의 핵심인 ‘감세안’이 공식 발표된 것은 2008년 9월이다. 당시 정부는 2012년까지 법인세 5%포인트 인하 계획을 2년 앞당겨 ‘2008년 하반기 22%→2010년 20% 적용 감세안’을 공식화했다.

집권 직후부터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직격탄을 맞은 MB정부는 지속적으로 감세 시그널을 시장에 보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반대 촛불집회가 발발한 그해 5월16일 감세 조기 추진을 통해 “조세부담률을 2012년까지 20%대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듬해 초 퇴임할 때까지 “세금을 내리면 사람들의 행동, 소비 수준이 달라지고 중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 강화 효과가 대단할 것”이라며 감세 예찬론을 폈다.

바닥을 치던 지지율이 회복기로 접어들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CBS 의뢰로 실시)에 따르면 취임 첫 주(2008년 2월26일∼27일 조사, 28일 공표) 76%로 시작한 MB 지지율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일어난 그해 5월 셋째 주(13일∼14일 조사, 15일 공표)와 6월 첫째 주(3∼4일 조사, 5일 공표) 각각 23.3%와 16.9%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감세로 추석 민심을 잡은 MB는 이내 상승 국면을 탔다. 9월 셋째 주(16일∼17일 조사, 19일 공표) 29%로 회복한 MB는 그해 말인 12월 셋째 주(15일∼16일, 17일 발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32.6%까지 상승했다. 이는 한·중·일 3개국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통화 스와프 협정에 따라 외환 불안 심리를 해소한 결과였다. 그만큼 감세를 비롯해 경제심리가 대통령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집권 초부터 ‘감세’를 외쳤던 이명박(MB) 정부도 세금과 지지율의 함수 관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맹비난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부의 초대 기획재정부 수장에 ‘감세 보약론’을 주장한 강만수 전 장관을 앉혔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MB정부, 죄악세·신혼세 논란 이듬해 지방선거 패배

MB정부가 증세 유혹에 빠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년 뒤 정부는 ‘2010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에어컨·냉장고 등에 개별소비세 5%를 추가 부담토록 하자,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신혼세’ 네이밍을 붙이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신혼부부가 장만하는 가전제품에 많은 세금을 물린다는 뜻의 '신혼세' 프레임에 총대를 멘 인사는 백원우 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다. 당시 제1야당의 홍보미디어위원장을 맡았던 백 민정비서관은 “부자 감세로 세수가 부족하니, 서민 증세를 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치금지법의 일종인 죄악세를 추진하던 시기도 이쯤이다.

‘부자 감세 대 서민 증세’ 프레임은 그해 연말까지 계속됐고, 2010년 야권은 친환경무상급식을 고리로 야권 연대에 나서면서 MB정부에 맞섰다. 친환경무상급식도 예산과 지방세 등과 직접적 연관성을 갖는 의제다.

결과는 여당의 패배였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16곳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가운데 한나라당은 오세훈 서울시장(47.43%)과 김문수 경기지사(52.20%) 등 6곳만 이기는 데 그쳤다.

민주당은 송영길 인천시장(52.69%)과 이광재 강원지사(54.35%), 안희정 충남지사(42.25%) 등 7곳에서 승리했다. 이 밖에 자유선진당(대전시장 염홍철 46.67%)과 무소속(김두관 경남지사 53.54%, 우근민 제주지사 41.40%, 이상 득표율)은 각각 1곳과 2곳에서 이겼다.

광역자치의회의원 선거에서는 총 761석 가운데 민주당이 360석을 획득했다. 이어 한나라당 288석, 자유선진당 41석, 민주노동당 24곳, 무소속 및 기타 48석 등이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92석으로, 한나라당(82석)을 앞섰다. 감세로 기사회생한 MB정부가 꼼수 증세로 역풍을 맞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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