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양강체제를 구축하자마자 누적 신용대출 1조원을 돌파했다.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지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쉽게 대출이 가능해 고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하지만 1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부에는 부담 요인이 늘어난 꼴이 됐다. 특히 케이뱅크는 연말까지, 카카오뱅크는 내년에 비대면을 통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3일 오전 7시 기준 총 4970억원의 대출을 승인했고, 케이뱅크는 지난달 말 기준 6300억원을 기록해 기준 누적신용대출이 1조원을 넘어섰다. 케이뱅크가 출범 4개월 만에, 카카오뱅크는 일주일 만에 기록한 금액이다.
은행업계 1위인 신한은행의 대출액이 1년 동안 3조원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인터넷은행의 증가세는 매우 가파르다.
인터넷은행 대출 상품의 가장 큰 강점은 낮은 금리다.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금리는 최저 연 2.85%로 국내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금은 중단됐지만 한때 케이뱅크 대출의 70%를 차지한 직장인 신용대출 금리도 최저 2.67%로 낮다.
문제는 예상을 뛰어넘는 대출 증가세에 인터넷전문은행이 가계부채의 새로운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들 은행의 신개념 가계신용대출 확대가 가계부채 관리의 '또 다른 구멍'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편리성을 강조한 비대면 거래가 자칫 전자금융 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도 높다. 인터넷은행은 공인인증서나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등 기존 은행에서 항상 필요했던 장치를 대폭 줄이며 인증장치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휴대폰에 금융정보와 보안정보가 저장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휴대폰을 분실하는 순간 사태는 커진다. 공인인증서 없이 비밀번호나 지문만 있으면 계좌이체나 기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휴대폰을 분실하면 통장 자체를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비밀번호까지 해킹당하면 그 즉시 송금이 가능해 해킹과 보안 측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과정이 쉽다고 상환까지 쉬워지는 것은 아닌데 점점 '빚 권하는 사회'가 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높은 예금금리와 낮은 대출이자, 직관적인 사용법을 싫어할 고객은 없지만 이 같은 편리함이 다른 곳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인 만큼 당국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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