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년경찰' 박서준의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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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7-08-0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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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청년경찰'에서 기준 역을 맡은 배우 박서준[사진=콘텐츠 와이 제공]

배우 박서준(29)의 리듬. 가볍고 유쾌하며 경쾌한 리듬감은 박서준만의 인장(印章)이다. KBS2 시트콤 ‘패밀리’를 시작으로 MBC 드라마 ‘킬미, 힐미’, ‘그녀는 예뻤다’ 최근 종영한 ‘쌈, 마이웨이’에 이르기까지. 박서준은 차근차근 자신만의 인장을 새기고 있었다.

오는 9일 개봉하는 영화 ‘청년경찰’(감독 김주환) 역시 마찬가지. 그는 낯선 면면을 꺼내는 대신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장기를 내세웠다. 철부지 남동생에서 로코 불도저가 되기까지. 박서준은 자신의 리듬 안에서 끊임없이 변주하고 있었다.

영화는 믿을 것이라곤 전공 서적과 젊음뿐인 두 경찰대생이 눈앞에서 목격한 납치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수사 액션. 박서준은 극 중 의욕 충만 경찰대생 기준 역을 맡았다.

“캐릭터의 성격이 비슷해요. 바로 직전에 ‘쌈, 마이웨이’가 방영된 터라 걱정도 컸어요. 캐릭터도 그렇지만 장면 장면 비슷한 부분들이 있었거든요. 예를 들자면 페브리즈신 같은 거! 영화를 먼저 찍었기 때문에 드라마를 찍을 때 ‘어, 이걸 어떻게 아셨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영화에서 하지 않은 거라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죠.”

기준(영화 ‘청년경찰’)과 동만(드라마 ‘쌈, 마이웨이’)는 닮은 듯 다른 인물이다. 순간적 판단에 몸을 맡기며 의리 빼면 시체인 두 인물의 성질은 같지만 “이제 막 스무 살이 돼 시작하는 단계인 기준과 스물아홉 살의 실패를 경험한 동만”은 표현 방법에 있어 차이가 있었다.

“두 캐릭터는 나이도 다르고 주변 인물도 다른 데다가 설정에 차이점들이 있었어요. 그 점에 주목했고 집중하려고 했죠. 관객들이 볼 땐 다른 점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영화 '청년경찰'에서 기준 역을 맡은 배우 박서준[사진=콘텐츠 와이 제공]


박서준은 스스로에게 변화를 강요하지 않았다. MBC ‘금 나와라 뚝딱!’ 방탕한 귀공자 박현태를 연기하고 의식적으로 정반대의 캐릭터를 찾아 SBS ‘따듯한 말 한마디’ 착한 아들 송민수를 연기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다음에는 어떤 변화를, 어떤 캐릭터를 보여줘야 할지” 혼란을 겪었던 것이다.

“그때 지진희 선배님께서 ‘너무 확실한 변화를 주려고 애쓰지 마라. 부담을 갖지 말라’고 하셨어요. 이미지가 소모되는 것도 있다면서 ‘확실한 변화를 줘 연기한다면 다음에는 뭘 할 건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충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설정이나 상황에 집중했죠.”

박서준의 스무 살은 ‘청년경찰’ 속 기준과 달랐다. 어느덧 서른 살, 이미 과거가 돼버린 스무 살 시절을 돌아보며 박서준은 “조심스럽고 무모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평범한 가정에서 가족들의 보호를 받다 보니 나약한 면도 있었다”는 것이다. 기준과 박서준의 거리는 그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비롯됐다.

“기준의 성격에 관해 많이 고민했어요. 저와 다른 점들이 발견되곤 했었거든요. 먼저 기준의 어머니가 미혼모이고 두 사람이 각별한 데다가 그의 성격이 긍정적이라는 것에서 힌트를 얻으려고 했어요. 엄마 품에서 자란 기준은 어떤 성격을 가졌을까 고민했는데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더라고요. 기준은 후자의 경우였고 훈련소 장면도 그것에서 착안했어요. 엄마와 애틋하고 깊은 포옹을 나누거나 친근한 제스쳐들이요.”

박서준이 언급한 훈련소신은 기준과 희열의 성격이 대비되는 대표적 장면이기도 하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기준과 이론파인 희열이 보여주는 대비는 ‘청년경찰’의 묘미기도 하다. 그렇다면 실제 박서준과 강하늘의 성격은 어떨까? 실제로도 차이가 있는지 첫 만남의 기억은 어땠는지 물었다.

“제가 (강)하늘이를 평가하긴 어렵지만 ‘건강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유쾌하더라도 찜찜함이 남아있는 만남이 있을 때도 있잖아요. 하지만 하늘이는 전혀 그런 게 없었어요. 맑은 느낌? 정수기 필터 같은 사람이라고 했죠. 연기적인 호흡도 믿음이 갔던 게 산에서 발목을 삐끗하는 신에서 애드리브가 상당량 있었거든요? 그때 무슨 말을 해도 척척 받는 거예요. 신뢰가 생겼고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었죠.”

영화 '청년경찰'에서 기준 역을 맡은 배우 박서준과 희열 역을 맡은 강하늘[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앞서 김주환 감독을 비롯해 박서준과 강하늘은 ‘청년경찰’ 속 인물들의 호흡이 계산된 것이 아님을 강조했었다. 캐릭터에 관한 완벽한 이해와 서로에 대한 신뢰, 호흡이 만들어낸 티키타카였다는 것이다.

“시나리오가 80% 정도만 만들어져있었어요. 나머지 20%는 저와 하늘이가 만들어야 했죠. 하지만 따로 이야기하거나 호흡을 계산하지 않았어요. 그래야 재밌고 신선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조금이라도 짜거나 계산하면 자연스러운 맛이 떨어지더라고요. 묘한 느낌인데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어요. 어찌나 하늘이와 호흡이 좋은지 한 번 애드리브가 나오면 방언 터지듯이 쏟아져서요. 하하하. 감독님이 중재하느라 힘들었을 거예요.”

달리고 또 달리고. 영화 ‘청년경찰’을 더욱 활기차게 만든 것은 배우 박서준과 강하늘의 젊은 활기였다. “한겨울에도 불구하고 여름 영화 느낌이 났다”고 거들자, 그는 “날씨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와, 정말 토할 것 같더라고요. 하하하. 날씨 때문에 힘들었어요. 찬바람이 폐 속으로 들어오니까 갑자기 속이 뒤집어지는 거예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뛰다가 토하는 장면은 좀 그렇지 않아? 오버인 것 같은데’라고 했는데 촬영하면서 실감하게 됐어요. ‘아, 이거 정말 토할 수도 있겠는데?’ 추우면 몸이 또 빨리 굳거든요. 다칠 위험도 크고…. 겨울에 액션은 힘들다는 걸 배웠죠.”

데뷔 6년 차. 박서준은 차근차근 조금씩 변주하고 있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그의 움직임은 생각 혹은 연기관의 변화와도 같았다.

“지금과 그때의 차이가 있다면 하는 것마다 새롭게 할 수 있었던 것? 지금은 캐릭터가 10가지가 있다면 10개 다 입어볼 수 있잖아요. 같은 옷도 입을 수 있고…. 지금은 그런 상황인 것 같아요. 어떻게 연출하고 표현하느냐의 문제를 다루는 단계인 거죠. 비슷하지만 더 다양한 맛으로 느낄 수 있도록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이 고민은 앞으로 더 심해지겠죠?”

영화 '청년경찰'에서 기준 역을 맡은 배우 박서준[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서준의 고민은 장르적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줄곧 로맨스를 연기해온 박서준인 만큼 또 다른 장르에 대한 갈증이 깊을 터. 그에게 장르 또한 매체에 관한 갈증을 질문했다.

“다양한 역할을 맡고 싶고 비슷한 역할이라도 매체에 따라 다른 점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에서 멜로도 하고 싶고요. 사실 제가 로맨틱 코미디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가 크죠. 흔히 말하는 브로맨스 혹은 버디 무비를 했을 때 보여드릴 수 있는 것. 아,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기대를 관객들도 가져줬으면 해요.”

그렇다면 로맨스가 아닌 버디 무비 속 박서준의 매력은 무엇일까? 줄곧 로코 불도저 혹은 로맨틱 코미디의 귀재라 불렸던 그인 만큼 이번 작품에서 활약한 박서준의 면면이 궁금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지. 로맨스가 아닌 다른 장르에서 활약해야지’하는 마음은 사실 없어요. 그냥 재미 위주로 책을 읽었고 찍고 나서 생각하게 되는 거죠. 오히려 찍고 나서 알았어요. ‘아! 우리 영화에 로맨스가 없구나!’ 하고요. 하하하.”

이제 곧 개봉이다. 드라마 속 박서준의 모습에 젖어있던 대중들에게 ‘청년경찰’ 속 그의 모습은 다르게 다가올 터. “개봉 전 관객에게 미리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오랫동안 다듬은 것 같은 깊은 속내를 드러냈다.

“영화는 관객이 선택하고 티켓 값을 지출하는 거잖아요. 선택받는 느낌이 들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볼 때는 가볍고 유쾌하다고 생각했는데 찍으면서는 그렇지 않았어요. 나름대로 메시지도 있고 스무 살 때를 떠올리면서 고민하기도 했어요. 보통의 청춘들이 하는 고민을 기준과 희열도 하니까.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도 메시지를 줄 것 같아요. 나이를 먹으면서 열정과 패기를 잃는 것 같고 더 조심스러워져요. 우리 영화를 통해 상기할 수 있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어요. 오락영화니까 러닝타임 109분간 즐겁게 보내실 수 있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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