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자동차회사 도요타가 마쓰다와 손잡고 미국에 신규 자동차 제조 공장을 세우고 전기차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전통적 자동차 제조사들 간 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더 강화하고 실리콘밸리와 같은 새로운 경쟁자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CNN머니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도요타와 마쓰다는 자본제휴를 통해 미국에 16억 달러를 투자해 신규 자동차 제조공장을 짓겠다고 4일 발표했다. 신규 공장은 2021년부터 가동을 시작하고 연간 3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한다. 신규 일자리 4,000개 창출이 기대되는 이 공장은 아직 장소를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에 공장이 없는 마쓰다는 미국 시장을 공략해 SUV 차량을 생산하고 도요타는 세단 모델인 코롤라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코롤라 모델은 캐나다 온타리오와 미국 미시시피 공장에서 생산된다. 현지 제작을 통해 환율 변동 위험을 낮추고 소비자 요구를 신속하게 반영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외신들은 취임 초부터 도요타의 멕시코 공장을 문제 삼았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발표는 또 하나의 결실로 기록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증가를 약속했던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번 발표 후 트위터에 “미국 제조업에 위대한 투자”라고 적으면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도요타가 멕시코에 새로운 공장을 지으려고 한다. 절대 안 된다!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엄청난 국경세를 물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다만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회장은 이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세 경고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CNN머니는 미국의 각 주들이 신규공장 유치를 위해 지원금이나 세금 혜택을 내세워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폭스콘의 100억 달러 공장을 유지한 위스콘신의 경우 폭스콘에 30만 달러 상당의 혜택을 약속한 바 있다.
그밖에도 도요타는 마쓰다의 지분 5%를 인수하고, 마쓰다는 도요타 지분 0.25%를 서로 매입하는 자본제휴를 통해 전기 자동차를 공동 개발키로 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배기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기 자동차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도요타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인 마쓰다와 협력을 통해 실리콘밸리를 경계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4일 아키로 회장은 "자동차 산업에서 완전히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부상하고 있다"면서 "우리 자동차 제조사들이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CLSA의 크리스토퍼 리처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즈(FT)에 도요타의 이 같은 제휴는 애플이나 구글이 마쓰다를 인수할 경우 떠오를 수 있는 위협을 살피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근 자율차 등 자동차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에게 수십 년 동안 자동차 제작기술을 보유한 마쓰다가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