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대기업은 물론 ‘을’의 입장으로 간주되던 중소사업자들까지 경영계 전반에 바른 습관을 들이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정당한 자료제출 명령을 거부한 대한제강(주)에 2500만원의 과태료 부과를 결정했다. 대한제강은 철근 등을 생산‧판매하는 중견기업이다.
대한제강은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법인카드 사용내역 제출을 명령했지만 이를 거부했다. 자료제출 거부 즉시 공정위는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대한제강은 뒤늦게 요구자료를 제출했다.
대부분은 하도급 대금이나 지연이자를 제때 주지 않다가 적발됐다. 10곳 중 6곳이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이들은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되자 밀린 대금과 이자를 모두 지급했지만 제재를 피하지 못했다.
자사 제품을 수급사업자에게 강매하는 중견기업도 있었다. 업계 2위인 중견기업 대동공업은 수급사업자에게 자체 개발한 CT트랙터 판매가 저조하자 구매의사가 없는 수급사업자에게 구입을 요구하다 적발됐다. 원사업자라는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대표적인 갑질 행태로 꼽힌다.
하도급 대금이 최저가 경쟁 입찰을 통해 결정됐음에도 추가협상을 벌여 4억3000만원을 더 낮춘 ‘납품단가 후려치기’ 행태를 보인 곳도 있다.
최근 3년 동안 법 위반 횟수가 많거나 법위반 행위가 중대해 검찰 고발이 결정된 곳은 중견기업인 화신과 중소기업인 한일중공업 등 2곳이다.
업종도 전자부품‧자동차부품 제조, 건설‧건축설계, 철강 등 다양하다. 공정위는 중소‧중견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연이어 제재하면서도 이들의 자정노력도 강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취임 후 첫 중기‧소상공인 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 “중소사업자들이 더 작은 영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불공정행위를 하면서 정부에 무조건적인 보호를 요청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쓴소리를 한 바 있다.
하도급법 위반의 79%는 중소사업자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과 프랜차이즈업계에도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같은 주문을 한 바 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김 위원장이 취임 전부터 예고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향후 개선책이 발표될 계획인 유통분야와 대리점 분야 역시 대책을 바탕으로 업계의 자발적 변화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중소사업자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하도급 대금과 관련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법 위반 행위를 지속적으로 점검‧시정해 공정한 거래질서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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