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연쇄 통화를 갖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평화적·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압박과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로운 한반도 정책을 위해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를 해보셨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폐기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해야지, 지금은 대화할 국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7월 17일 제안한 남북 적십자회담 및 남북 군사당국회담은 인도적 조치이자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를 통한 긴장 완화 조치"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대화와 남북관계 개선, 인도적 차원의 대화를 분리하겠다는 기조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는 한·미 동맹이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국내외에 천명함은 물론, 일각에서 제기된 '코리아 패싱' 우려를 잠재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두 정상이 단독으로 대화한 것은 G20 정상회의 기간인 지난달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회동한 지 정확히 한 달 만이다.
양 정상은 굳건한 연합 방위 태세를 기반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지하고 대응하는 데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지난 ICBM급 미사일 도발 직후 사드 잔여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결정해 한·미 양국이 협의에 들어갔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추가 배치를 반대하는 현지 주민과 국민의 의견이 있고, 중국의 더 강력한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이른 시간 내에 이 문제를 협의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는 조치와 함께 우리의 방위력을 향상하기 위한 조치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한·미 정상회담 시 협의한 미사일 지침 개정협상이 원만하게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해달라"고 당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와 관련,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한국군 자체의 방어전략과 북한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억지 전략을 대폭 확대하는 게 필요하고 이를 위해 탄두 중량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우리 군의 자체 방어능력 향상을 말하면서 구체적으로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핵잠수함 추진 문제도 지나가듯 언급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핵·미사일 해결 주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이고, 남북관계 개선문제는 한국이 주도하는 투트랙 접근을 말해왔고, 그게 섞이지 않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을 그어준 것"이라며 "북핵에 대해서는 우리가 북한을 설득할 힘도, 타협을 이끌 장치도 없다고 문 대통령이 이미 말했었고 결과적으로 이 문제는 북한과 미국의 문제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베 총리와도 23분간 통화를 갖고 북한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제재와 압박을 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등 북핵위기 대응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핵 미사일 문제는 결국 협상을 통해 평화적이고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할 문제며, 한·일과 한·미·일이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 위한 대화의 장으로 북한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적 협의를 해야 한다"고 한·미·일 3국 협력 필요성을 언급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에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최종적으로 대화하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지금은 북한이 대화에 응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데 인식을 같이하는 것을 평가한다"고 답했다.
한편, 한·미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관련해 큰 온도 차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막대한 대한 무역 적자를 시정하고 공정한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미 FTA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현재도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미국이 개정을 바란다면 양국에 더욱 호혜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수준의 언급을 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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