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지표 부진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불안에 따른 경제정책 추진동력 약화 우려 등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주일 사이 원·달러 환율이 10원 이상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7일 1115.3원에서 지난 3일 1128.5원으로 일주일 새 13.2원 올랐다. 4일 소폭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은 1거래일 만에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며 7일 2.1원 상승한 1127.1원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 가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기 부양정책에 대한 낮은 기대감 탓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긴축 관련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며 기술적 반등을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강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달러 가치가 다시 뒷걸음질 쳤다.
이처럼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원·달러 환율도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지만, 기본 전제가 지난 일주일 간 어긋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세법개정안 등에 대한 우려로 원화 가치가 하락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8일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대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북한의 일상적인 도발에 대한 '학습 효과'로 그동안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주변국들의 경고에도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어 과거 미사일 발사 당시보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미국 행정부가 북한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에 대해 무역 보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세법개정안도 원화 약세로 작용했다. 대기업 법인세율이 인상되고 코스피가 하락하면서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불확실성으로 인식된 것이다.
다만, 달러 약세 기조가 강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조만간 하락세로 전환할 전망이다. 세법개정안의 내용이 어느 정도 예견됐었고, 향후 정기 국회에서 수정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문제와 세법개정안의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일시적인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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