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개봉하는 영화 ‘청년경찰’(감독 김주환) 역시 마찬가지. 믿을 것이라곤 전공 서적과 젊음뿐인 경찰대생 희열과 기준(박서준 분)이 눈앞에서 납치사건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속, 강하늘은 ‘이론 백단’ 경찰대생인 희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오랜만에 밝은 캐릭터로 돌아오게 됐네요. 전략적 선택은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진지한 역할들과 밝은 역할들을 오가게 된 것 같아요. 특히 희열의 경우는 밝고 독특한 친구라 연기하면서도 재밌었어요.”
배운 대로 행동하는 이론백단 경찰대생. 매사 원리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희열은 어딘지 모르게 허당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캐릭터다. 영화 ‘동주’나 ‘재심’ 속 강하늘의 얼굴과는 거리감이 큰 캐릭터기에 ‘청년경찰’을 선택하게 된 이유 역시 궁금해졌다.
“대본을 읽고 기시감이 느껴졌어요. ‘아, 이 느낌은 뭐지?’ 고민했는데 불현듯 깨달았죠. ‘아! 스물!’ 하하하. 당시 ‘스물’을 읽을 때 이런 비슷한 기분을 느꼈었거든요. 제가 웃음 코드가 특이해서…. 만들어진 대사가 아닌 위트나 무드에 크게 즐거움을 느꼈어요. 문득문득 이병헌 감독님도 생각나고. 나중에 김주환 감독님께 (이병헌 감독과) 친하냐고 물었더니 역시나 잘 알고 지낸다고 하시더라고요. ‘아! 역시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경쾌하고 유쾌한 리듬을 가졌지만, 대기업 입사가 목표인 최강 스펙의 엄친아 경재(영화 ‘스물’)와 이론파 희열은 분명 다른 캐릭터였다. “희열이 경재보다 현실적인 무드가 풍긴다”고 거들자, 강하늘은 “더 또래 같은 느낌이 있다”고 답했다.
“아무래도 말투나 제스쳐 때문인 것 같아요. 흔히 볼 수 있는 20대 초반 남자애 같다고 할까요? 친구들끼리 모였을 때 보여주는 행동들이 리얼해요. 실제로 제가 친구들 사이에서 희열 같은 면모들이 많아서요. 하하하. 더 현실적으로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경재의 경우는 상황이 재밌었던 거고, 캐릭터는 조금 스탠다드한 편이죠.”
이론에 있어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영재. 과학고 출신이지만 “특이하게 살고 싶어”서, 카이스트를 포기하고 경찰대를 선택한 희열을 두고 강하늘은 미국드라마 ‘빅뱅이론’의 쉘든을 대입하기로 했다. 독특한 리듬감과 유머 코드는 강하늘을 통해 새로운 뉴타입 캐릭터를 완성됐다.
“제가 역할을 준비할 때 다른 작품, 캐릭터 참고를 하지 않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보자마자 ‘빅뱅이론’ 쉘든을 따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그 분위기를 온전히 가질 수 없지만 정확하고 적확한 단어들, 구체적 명칭 등을 따지는 것으로 캐릭터의 무드를 보여드리기로 한 거죠. 그래서 희열의 대사를 보면 이론, 어려운 단어, 구체적 명칭들이 굉장히 많아요. 하하하. 감독님과 상의 끝에 대사들을 조금씩 수정했고 캐릭터를 더 확고하게 만들어갔죠.”
강하늘의 말처럼 ‘청년경찰’의 빈칸은 배우들의 몫이었다. 희열과 기준의 호흡이 영화의 8할이었기 때문에 김주환 감독은 세부를 완벽하게 짜놓는 대신 커다란 범주 안에서 배우들이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이게 어디까지가 대본이고, 어디까지가 애드리브였지?’ 싶더라고요. 하하하. 지금 불현듯 생각나는 애드리브는 클럽에서 웃음을 연습하는 장면이에요. 원래대로라면 기준이 희열에게 ‘그 웃음 괜찮네!’ 하고 ‘빵야’까지가 끝이었거든요. 그런데 하다 보니 ‘뭐였지?’하고 다시 흉내 내는 모습까지 보여드리게 됐어요. 평소 제가 친구들한테 자주 하는 거거든요. 이건 나만 있는 모습이 아닐 거로 생각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여겼어요. 감독님도 많이 좋아해 주셔서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희열과 기준의 첫 만남은 강렬하고 또 아찔했다. 시작부터 큰 웃음을 준 두 인물의 만남을 떠올리며 “실제 강하늘과 박서준의 첫 만남은 어땠냐”고 물었다.
“SBS 연기대상에서 처음 만났어요. 저는 특별공연을 준비했었고 (박)서준 형은 MC를 맡았었는데 인사는 못 나누고 그냥 지나갔어요. 그리고 시간이 흘렀는데 어떤 스태프분께서 ‘너 서준씨랑 작품 한다며? 둘이 잘 어울린다. 금방 친해질 거야’라고 귀띔해주셨어요. 막연히 형이 도도하고 시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만나고 나니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미소를 지으면서 ‘보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전 또 웃음이 헤프니까. 하하하.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주변인들이 먼저 알아본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 강하늘은 박서준과의 연기 호흡에 만족을 드러내며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음에 만나게 된다면 대립하는 인물을 맡아도 재밌을 것 같아요. 호흡이 너무 좋으니까 친한 역도 좋은데 대립하는 역할도 (연기가) 잘 나올 것 같아요.”
다소 허술하지만 풋풋하고 아름다운 시간들. 강하늘은 ‘청년경찰’을 통해 자신의 스무 살을 돌아보곤 했다.
“당시 저는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빠져있었어요. 치열하게 산다기보다는 ‘내가 사는 방법이 틀린 게 아니었구나’를 증명하기 위함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서 그걸 증명하게 됐고요.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것도 행복한 삶이라는 것, 치열하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2011년 ‘평양성’을 시작으로 2014년 ‘소녀괴담’, 2015년 ‘쎄시봉’과 ‘스물’을 지나 2016년 ‘동주’, 2017년 ‘재심’, ‘청년경찰’에 이르기까지. 강하늘은 조연에서 주연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왔다. 헛발질하지 않고 차분히 넘어온 시간이지만 짧은 기간 동안의 변화는 분명했다. “작품의 중심으로서 벌어지는 변화나 부담”에 관해 물었더니, 그는 단박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어느덧 여름 시장까지 진출하게 됐다고 얘기하시는데 사실 그런 걸 일일이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왜냐면 이다음 맡게 될 작품이 ‘여름 시장 영화’가 아니라면 실망하게 될 것 같아서요. 바뀐 상황에 있어서 최대한 진심을 다하려고 해요. 사실 크게 변한 것도 없었어요. ‘소녀괴담’도 ‘청년경찰’도 너무 재밌게 찍었고 제가 해야 할 부분도 같았어요. 만약 달라지더라도 진심을 다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선택과 방향을 증명하기 위해 강하늘은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왔다. 많은 드라마, 영화들에 출연했고 연기력을 인정받았으며 카메라 밖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당연하게 일컬어지는 ‘미담 배우’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오해에요. 다들 ‘이미지 관리하느라 힘들겠다’고 하시는데 저는 제가 할 만큼만 해요. 술도 먹고 나름 클럽도 가고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다만 ‘나랑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거죠. 미담 배우라는 말은 잘 모르겠고 재밌게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올해로 만 스물일곱 살. 강하늘은 영화 ‘청년경찰’을 끝으로 입대를 결정했다. “조금 더 늦출 수 있을 텐데”하고 거들었더니, 그는 “지금도 일찍 가는 건 아니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주변만 봐도 (군대에 안 간 건) 저 혼자에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욕심이 커지려고 할 때 얼른 입대하고 싶었어요.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욕심에 집어삼켜 지기 전에 정리하고 싶었다고 할까요? 단순히 일, 돈, 명예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떠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그랬어요. 자꾸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시선을 받게 되고 그 생각에 잠식당하는 게 싫었어요.”
언제나 청춘. 때마다 나잇대에 맞는 고민과 해결방안을 제시했던 강하늘이기에 2년 뒤, 그의 모습이 더욱 궁금해졌다.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될 그가 어떤 고민과 성장을 거듭할지 그리고 이후 만날 작품과 표현이 어떻게 달라질 지 기대가 커진다.
“(군대는) 새로운 배움이죠. 새로운 사람들과 장소 경험을 하고 싶어요. 무사히, 잘,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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