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당 대표 트로이카' 시대…'국회 유리천장' 여전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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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기자
입력 2017-08-0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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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급 596명 중 35명뿐 "남성 독식"

  • 입법 참여 보좌관 성별 쏠림현상

  • 별정직 4급 국가 차원 관리 필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69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각당 대표들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경축사를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2017.7.17 [연합뉴스]

 
국회 5당 중 3당의 대표가 여성인 '여성 당 대표 트로이카' 시대가 개막했지만, 국회 내 여성의 유리천장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주경제가 국회 한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국회의원 보좌진 성비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국회의원실의 4급 보좌관 596명 중 여성은 35명(5.9%)에 불과했다. ​정무·정책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4급의 보좌관을 남성이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20대 여성 국회의원 비율 17%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문재인 정부가 '유리천장 깨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국회는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이다.

반면 9급은 여성의 비율이 72.5%로 높았다. '성평등 국회'를 내건 국회지만, 보좌진 채용과 진급에선 성 격차가 만연한 게 현실이다. 특히 국회 보좌진은 입법에 참여하기 때문에 법안이 남성 중심적 사고로 발의되고 한국 사회의 다양성을 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의원 보좌진 직급 체계는 4급부터 9급까지 나눠진다. 현행법상 한 국회의원실에는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급과 7급, 9급 비서 각 1명씩, 인턴 2명을 두게 돼 있다.

지난달 27일 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120명의 의원실 가운데 전체 4급 보좌관 239명 중 여성은 17명(7.0%)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는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지만, 집권여당 내 유리천장은 공고했다.

자유한국당은 4급 보좌관 204명 가운데 여성이 총 10명으로 4.7%, 국민의당(40석)은 4급 80명 중 여성은 단 4명으로 5.0%를 기록했다. 바른정당은 4급 보좌관이 모두 40명인데 여성은 1명(2.5%)으로 5당 중 여성 4급 보좌관 비율이 가장 낮았다. 원내 유일한 '진보 정당'인 정의당도 4급 11명 중 여성 보좌관이 통틀어 단 한 명에 불과했다.

4급 보좌관은 별정직 4급 공무원으로 재산공개 대상이다. 특히 4급 보좌관이 정무·정책 경력을 쌓아 청와대나 국회의원 등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4급 자리에 여성이 소수이다 보니 그만큼 여성 정치인을 배출할 '인력풀'이 상당히 부족한 셈이다.

5급 비서관(총 594명) 중 여성은 전체 101명(17%)으로 4급보다는 사정이 나았지만 여전히 적다. 민주당(47명, 20%), 한국당(28명, 13.1%) 국민의당(17명, 21.3%), 바른정당(4명, 9.8%) 정의당(2명, 16.7%)이었다.

5당 모두 여성 4급 보좌진 비율이 10%를 넘는 곳이 없었고 5급의 경우 민주당만 20%에 간신히 도달한 셈이다.

6급 비서(총 295명) 가운데 여성은 78명(26.4%)이었다. 민주당은 총 34명(29.3%), 한국당은 23명(21.3%), 국민의당 14명(35.9%), 바른정당 3명(15.0%), 정의당은 1명(16.7%)으로 조사됐다. 7급(총 298명)에서 여성은 정의당 4명(66.7%), 바른정당(10명, 50.0%)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당이 34명(31.8%), 민주당 31명(26.1%), 국민의당 10명(25%)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9급부터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체(302명)의 72.5%(219명)가 여성이었고, 민주당은 총 90명으로 전체의 75%에 달했다. 한국당도 77명으로 70.6%였고, 국민의당 30명(73.2%), 바른정당 13명(61.9%), 정의당 4명(80%)으로 집계됐다. 인턴의 경우 민주당 56.8%, 한국당 61.1%, 국민의당 50.7%, 바른정당 62.2%, 정의당 45.5%로 남녀 성비가 대체로 맞았다.

국회 한 여성 보좌관은 "하위 직급인 행정직이나 비서 업무(보통 9급이 담당)는 여성이, 정책·정무 등 주요직은 남성이 맡는다는 인식이 국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4급부터는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정부·공공기관 등을 상대하기 때문에 남성이 적합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지역구민들과 술자리가 워낙 많아 남성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급 보좌관도 재산 공개를 해야 하는 별정직 공무원 4급으로 (국가가) 인적 관리를 하게 돼 있다. 여성 장관 비율 30% 할당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장관, 국회의원, 고위직 공무원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4급 보좌관의) 여성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회 다른 의원실 남성 보좌진은 "결혼과 출산 문제 등으로 여성 보좌관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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