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박기영 순천대 교수를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임명하자 야권은 일제히 반발하며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박 본부장은 2005년 ‘황우석 사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었으며 황우석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는 논문 공동저자, 연구비 지원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9일 서면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인재 풀이 이 정도로 좁은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출신이라는 점만으로 코드인사를 단행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황우석 박사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논문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던 전력 등을 봤을 때, 국제적 비판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며 "과학계를 비롯해 진보성향 단체까지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인사를 굳이 강행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대미문의 과학 사기 사건의 공범 격인 인물을 본부장에 앉히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산을 맡기는 격”이라며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이날 당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박 본부장 임명에 대해 “노무현 정부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은 무조건 기용되는 소위 노무현 하이패스·프리패스 인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첩인사보다 참여 정부의 프리패스 인사가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박 본부장을 임명한 청와대 관계자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그는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의 직무유기”라며 “어떻게 이런 사람이 추천되고 공직에 나가는지 문제”라고 말했다.
정의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석 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진정 촛불민심에 따라 적폐 청산과 혁신을 하려고 하는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측 관계자는 박 본부장 임명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평이나 입장을 낼 계획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신설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에서 20조원에 달하는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관장하는 역할을 하며 차관급에 해당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7일 박 본부장을 임명하며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핵심과학기술 연구개발 지원 및 과학기술분야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나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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