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코리아'로 돌아선 외국인
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10% 떨어진 2338.39를 기록했다. 종가가 2370선 아래로 밀린 것은 6월 21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이 26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낙폭을 키웠다. 전날까지 이틀 연속 이어지던 매수 기조가 깨졌다.
채권ㆍ원화도 마찬가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하루 만에 2.8bp(1bp=0.01%포인트) 상승한 1.833%에 거래를 마쳤다. 2015년 5월(1.846%)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설이 도는 마당에 지정학적 위기감까지 더해져 금리를 끌어올렸다.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북한이 미국 괌 군사기지에 대한 포위작전을 언급하면서 트리플 약세에 불을 지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금까지 전 세계가 못 본 화염과 분노, 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대강 대치에 다우지수를 비롯한 미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미 증시에 속한 한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마찬가지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1.29% 떨어졌다. 엔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우려가 증폭됐다.
◆"영향 제한적" 전망에도 불안 여전
주요 증권사는 과거처럼 대북 리스크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이 곧 낙폭을 만회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불안해진 투자심리가 조기에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 리스크가 촉발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슈 자체가 단기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직후 "지금까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 같다"며 "외신이나 신용평가사를 보면 이전에 비해 조금 주시하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고 전했다.
비경제적인 이슈가 시장을 장기적으로 괴롭힌 사례는 찾기 어렵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북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금보다 커질 가능성은 작다"고 전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파국으로 가지 않는다면 여파는 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자체적인 이유로 조정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 지수가 7~8개월 연속 뛰어오른 탓에 차익실현 욕구도 커진 상황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과거 대세 상승기에도 두세 달가량은 조정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이 글로벌 증시에서 정보기술(IT)주를 팔고 있다"며 "이것은 북한 리스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익실현할 틈만 보고 있었는데 마침 북한 리스크가 빌미를 제공했을 뿐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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