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간 발언 수위가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지며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의 자제를 촉구하며 대화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는 10일 '북·미 간 누가 더 필사적인지, 누가 눈 하나 꿈쩍 안 할지 말하기 어렵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해 미국의 대북정책이 틀렸음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사설은 2006년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한 이래 북·미 양국이 지루한 의지력 경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제재와 군사적 위협으로 북한을 제압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반면,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로 미국의 대북정책을 변화시키는 걸 유일한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설은 "미국의 대북정책 사고는 틀렸다"며 "미국은 핵·미사일 개발을 위해 그 어떤 대가도 치를 것이라는 북한의 의지를 너무 얕봤고, 북한 사회의 각종 어려움에 대한 감당력도 저평가했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이미 외부세계와 거의 동떨어져 극단적인 고립 상황에 처한 북한의 각종 선택의 출발점이 정상적인 상황과 다를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이 외부세계와 접촉하길 원하도록,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길 원하도록 동기 부여를 해줘야지만 제재가 비로소 정치적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은 제재와 군사적 위협 수위를 끝없이 높이려고만 하고 있다며 "이는 거의 다 말라 비틀어진 수건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사설은 비유했다.
사설은 많은 전문가들은 이제 미국이 어떤 경고를 하든, 어떤 위협적 군사행동을 취하든, 안보리가 얼마나 제재 수위를 높이든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멈출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제 북한의 국가안전에 대한 관심에 진심으로 응해주는 행동을 할 때가 왔다며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과의 평화협정 협상)'이 점점 한반도 정세 완화의 유일한 출구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당기관지 인민일보도 10일 '강도 높은 대북제재로 한반도 불길을 없앨 수 없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촉구했다.
둥샹룽(董向荣) 중국 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 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북한과 한·미 양국은 마치 같은 궤도에서 서로를 향해 돌진해오는 열차 같다"며 "서로 타협이나 궤도를 수정하려 하지 않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으로 서로 고압적인 태도로 상대를 굴복시키려만 하고 있으며, 이는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리췬잉(李群英) 중국 정법대 국제정치학과 주임 교수도 "북한의 최근 행동으로 미뤄볼 때 이미 핵실험을 국가 존망과 직결시킬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핵개발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교수는 "관련 국가들이 다시 6자회담으로 복귀해 평화대화의 방식으로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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