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이어 KAI까지...분식회계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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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원 기자
입력 2017-08-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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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KAI)가 분식회계 흑역사에 이름을 추가하면서 증권가와 회계업계는 망연자실하고 있다.

KAI는 먼저 문제를 일으킨 대우조선해양처럼 시가총액이 4조원에 육박해 투자자에 미칠 피해가 막대하다.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기 어렵다.
 
◆자본시장 망쳐 온 분식회계 흑역사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방산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 온 KAI는 현재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까지 받고 있다.

검찰은 총 3조원대에 달하는 해외사업을 수주했지만, 이익을 회계기준에 맞지 않게 반영한 정황을 포착했다. 금융감독원도 KAI와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을 상대로 회계감리에 착수한 상태다.

만약 분식회계가 사실로 드러나면 다시 한 번 증시를 뒤흔들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0년대 후반엔 대우그룹 분식회계가 충격을 줬다. 2003년에는 SK그룹 분식회계 사태가 터졌고, 2014년 모뉴엘 사태 역시 잘 알려진 사례다.

2016년에도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올해 들어서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채무 재조정안이 확정되면서 겨우 고비를 넘겼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되지 않아 KAI가 다시 분식회계 의혹을 사고 있다. KAI는 공적자금을 투입한 '주인' 없는 회사라는 점에서 대우조선해양과 비슷하다. 구멍 뚤린 공적자금 관리가 거듭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투자자는 물론 회계법인도 '멘붕'

금융권은 물론이고 회계업계와 증시 모두에 긴장감이 흐른다. 피해자가 속출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지난 6월 말 현재 KAI 지분구조를 보면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주주(26.41%)다.

나머지는 기타 주요주주와 일반투자자 몫이다. 수출입은행이 입을 피해 규모만 66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식회계 의혹까지 휘말려 회계업계가 받은 충격도 적지 않다.

'제2의 안진 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안진의 전·현직 회계사들은 회계부정 묵인 혐의로 기소됐고, 이들 모두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KAI의 외부감사인은 2009년부터 삼일회계법인이 맡고 있다. 자칫 삼일도 안진과 비슷한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삼일은 14일 KAI의 반기보고서를 공시할 예정으로, 어떤 의견을 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주가 급락에 따른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달 들어서만 20% 넘게 급락했다. KB증권과 BNK투자증권은 분식회계 이슈를 감안해 KAI에 대한 투자분석도 중단한 상태다.

◆처벌 강화와 회계인들의 각성 절실

이쯤되면 '백약이 무효'란 말이 나올 법하다. 대책만으로 분식회계를 근절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처벌을 대거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회계사들 스스로 직업윤리를 지키겠다는 각성도 필요하다.

전 금감원 회계전문심의위원인 김호중 건국대 교수는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 외부감사인 선임 개선 방안 등을 내놓고 있지만 분식회계가 근절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규정 자체의 문제보다는 운영상의 문제점과 처벌 수위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특히 분식회계에 연루된 사람들을 선진국처럼 일벌백계하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회계법인의 임원은 "비록 기업과 회계법인이 갑을 관계에 있는 게 현실이지만, 잘못을 눈감아 줬다는 것은 1차적으로 회계사들의 잘못"이라며 "회계사들 스스로 자신의 업무에 대한 자존심과 자부심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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