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의 대몽골 시간여행-19] 메르키드 콤플렉스는 무엇을 남겼나?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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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규 칼럼니스트
입력 2017-08-1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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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배석규 칼럼니스트]

▶ 복수는 대(代)을 이어 풀 숙제
메르키드족(族)은 바이칼호(Lake Baikal)아래쪽 숲속지역을 본거지로 활동했던 부족이다. 이 부족은 자기 부족에게로 시집오던 신부 호엘룬을 테무진의 아버지 예수게이에게 빼앗긴 부족이기도 하다.
유목민들은 원한을 가진 다른 종족에 대해서는 항상 그 원한을 가슴에 새기고 언제 가는 앙갚음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복수는 대(代)를 이어가면서까지 해야 할 숙제로 여긴다는 얘기다. 메르키드는 호엘룬을 빼앗긴 복수를 대를 이어 갚는다.
하지만 그 복수는 복수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이후 역사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 가꾼 것은 사람이었다.
부르테와의 결혼을 전후해 테무진은 생활의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예수게이의 아들로서 초원에 이름이 퍼지면서 아버지 시대에 흩어졌던 사람들도 점차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시절에 테무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안다(친구)관계를 맺고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다.
활을 잘 쏘는 동생 카사르와 도끼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베르구테이 등 동생들도 훌륭한 초원의 전사로 성장해 테무진에게 힘이 돼 주고 있었다.
 

[사진 = 옹칸 추정도]

그러나 냉엄한 초원에서 스스로 자신을 지키며 안전하게 살아남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이었다. 적어도 홀로 서기가 가능한 시점까지 확실한 보호막이 필요했다.
테무진이 그 보호막으로 선택한 사람이 바로 과거 아버지와 안다 관계를 맺었던 케레이트의 군주 옹칸이었다.
 

[사진 = 툴강(울란바토르)]

케레이트족(族)은 지금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 근처 툴강 근처에 자리 잡고 있었던 부족이었다.

▶ 옹칸 도움 약속, 기댈 언덕 찾은 테무진
테무진은 옹칸에게 옛날 아버지 예수게이와 맺은 안다(친구) 맹약을 상기시키면서 아버지의 의형제는 아버지와 같다고 말하고 아버지에 대한 결혼예단으로 최고급 담비 외투를 바쳤다.
옹칸은 선물을 받아들고 기뻐하며 테무진에게 도와줄 것을 약속했다.

그렇게 해서 테무진은 하나의 기댈 언덕을 찾았다. 그것이 바로 카라툰 맹약(1차 父子의 盟)이다.
테무진이 옹칸과 맺은 카라툰 묵계에 대한 소문은 빠르게 초원에 번져 나갔다. 테무진의 명성 또한 덩달아 높아지고 있었다.
그 소문은 몽골족들 사이에만 번져 나간 것이 아니라 이웃 종족인 메르키드족에게 까지도 알려졌다.

테무진의 아버지 예수게이에게 신부를 빼앗긴 원한을 품고 있던 메르키드족은 테무진이 신부를 맞이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드디어 복수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호엘룬을 빼앗기고 꽁지 빠지게 달아났던 칠레두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었지만 복수는 종족 전체의 의무였고 대를 이어서 행해지는 것이 관례였다.
아버지에게 당한 원한을 그 아들에게 대를 이어 갚아 주려 한 것이다.

▶ 메르키드 콤플렉스의 출발점
이 메르키드족의 부르테 납치 사건은 두 가지 부산물을 가져온다. 하나는 테무진에게는 불행한 사건이었지만 그의 세력이 급부상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메르키드 콤플렉스’(Merkid Complex)라는 핏줄 시비를 불러와 훗날 칭기스칸의 후계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 납치당한 부르테
사건은 테무진 일가가 푸른 호수의 서편 이흐헨티 산맥의 남단에 있는 부르기 에르기(안개 피는 언덕)에 살 때 일어났다.
아직 해가 떠오르기도 전인 아침 이른 시간에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자 테무진은 자신을 포로로 잡아갔던 타이시우드인들이 다시 밀려오고 있는 것으로 알았다.

그들과 대항하기에는 힘이 아직 모자라 이번에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식구들은 차례로 말을 한 마리씩 타고 달아날 채비를 했다.
그러나 부르테와 일하는 노파에게는 돌아갈 말이 없었다. 이들 두 명을 남겨 두고 테무진 형제들은 말을 몰아 북쪽에 있는 부르칸 칼둔산으로 숨어들었다.

아내 부르테는 소가 끄는 수레에 숨어 빠져나가려 했으나 결국은 메르키드 병사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테무진을 뒤쫓던 메르키드 병사들은 테무진을 잡지 못하고 "후엘룬의 원수를 갚아 그들의 여자를 납치했으니 돌아가자"며 물러갔다.

▶ 부르테 피납 자책, 복수 다짐
사흘 밤낮을 지낸 뒤 산에서 내려온 테무진은 부르테가 납치된 것을 알고 가슴을 치며 자책했다.

"내 목숨만 아껴 혼자 말을 타고 벼룩처럼 달아나서 부르칸 칼둔에 의해 귀뚜라미처럼 보호받았다. 아침마다 부르칸 칼둔에 제사 지내고 날마다 기도할 것이다. 나의 자손들이여 이것을 반드시 기억하라!"

테무진은 허리띠를 풀어 목에 걸고 손으로 가슴을 치며 아홉 번 무릎 꿇어 절하고 술을 뿌리면서 복수를 다짐했다.

▶ 메르키드인 부인으로 넘겨진 부르테
몽골비사에 기록된 부르테의 납치 장면에서 타고 갈 말이 없어 부르테를 남기고 나머지 식구들이 도망간 것은 아무래도 부르테가 납치 되도록 상황을 인위적으로 조성한 측면이 있는 것이 아니가 하는 대한 의혹을 갖게 한다.

그러나 어떤 과정을 거쳐 납치 됐건 간에 부르테가 메르키드에게 납치돼 가 연혼제 풍습에 따라 칠레두의 동생 칠게르 뵈쾨의 부인으로 주어졌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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