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부동산 시장 과열이 금리 탓이란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낼지에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부동산 관련 규제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단행될 경우 시장에 추가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 전반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부동산용 금리인상 카드는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은은 지난해 6월 금리인하(1.50%→1.25%) 이후 14개월째 동결 기조를 유지해오고 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회의는 오는 31일 열린다. 이어 10월과 11월 등 연내 총 세 차례 회의가 예정돼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10일 “8·2 부동산 대책과 세무조사, 이달 말 발표 예정인 가계부채 종합대책 그리고 하반기 금리인상까지 고려했을 때 부동산시장의 지속적인 가격하락이 예상된다”면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만큼 이제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가 실수요자 보호와 단기 투자수요 억제를 목적으로 한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이후 전국 동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는 등 지속적인 규제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올 하반기 금리인상이 현실로 다가올 경우 부동산시장이 직격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대출규제가 줄줄이 나오는 데다 금리까지 인상된다면 집을 사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문턱이 이중삼중으로 높아지는 꼴”이라며 “시장 전체 거래량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현재 금리가 워낙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올해 한 차례 정도의 금리인상으로는 체감할 수 있는 부담이 생각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장기적으로 금리의 단계적 인상이 이어질 때 입주물량이 많은 지방과 일부 수도권에서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잡기 위해 한은의 금리인상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또 금리인상에 따른 실수요자 피해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고려해 금리인상을 결정하지 않고 단순히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이유로 정부 의도대로 한은이 금리를 인상한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다”면서 “이미 8·2 부동산 대책에 따른 부동산시장 위축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인상되면 주택시장뿐만 아니라 수익형 부동산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1990년대, 2000년대와는 다르게 현재는 장기 저금리 환경 속에 늘어난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에 따른 집값의 하방압력이 높아지면 하우스푸어가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올 하반기 전국적인 입주물량 증가가 예정돼 있어 지방 및 일부 수도권의 가격하락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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