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패소땐 생산거점 해외이전 검토"

-"선진형 임금체계로의 개편 필요"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배수진'을 쳤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10일 '통상임금에 대한 협회의 입장' 성명에서 "기아차가 통상임금 판결로 약 3조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질 경우 회사 경쟁력에 치명타를 줄 것"이라며 "통상임금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가 현실이 되면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현대·기아·한국GM·쌍용·르노삼성 등 완성차 5개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협회는 국내 자동차생산의 37%를 차지하는 기아차의 경영·경쟁력 위기가 1·2·3차 협력업체로 전이되고, 같은 그룹 현대차까지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의 인건비 상승, 법적 쟁송 남발 등이 이어져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가 생태계적 위기에 놓이고, 기술 개발과 미래 자동차 경쟁력을 위한 투자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합법적으로 당사자간 합의에 의해서 결정된 과거 및 현행 임금체계, 임금총액은 그대로 인정돼야 한다"며 "통상임금에 관한 새로운 판결내용은 기업의 건전한 임금지불능력을 고려한 새로운 임금체계에 대해 노사합의가 이뤄질 때부터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는 건 지난 30년 동안 노사합의와 사회적 관례, 정부지침에 따라 인정돼 왔고, 1988년부터 노동부 행정지침은 매달 지급하지 않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달라는 기아차 노조의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다는게 협회측의 설명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 규모는 2012∼2015년 동안 450만대 수준으로 정체를 보이다 작년 423만대로 30만대 이상 감소했고 올해도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8대 자동차 생산국 중 최근 2년 연속으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자동차 생산 후발주자인 인도, 멕시코의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어 글로벌 생산순위가 작년 인도에 추월당했고, 올해는 멕시코에게도 밀릴 수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협회 관계자는 “사법부가 그간의 통상임금 사안에 관한 실체적 진실과 통상임금 부담이 가져올 우리나라 자동차기업과 산업 전반의 영향, 우리 기업들이 당면한 위기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결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전체 통상임금 소송 건수는 103건으로, 기업당 평균 2.8건의 소송을 치르고 있다. 특히 노조와 통상임금 관련 소송전을 벌이는 20여 개 대기업이 모두 패소할 경우 이들이 부담할 비용은 최대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