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담배 없는 올림픽’을 슬로건으로 내걸면서 올림픽 개최지 도쿄는 금연대책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기 없는 전자담배의 등장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 아이코스 천국 ‘일본'
한국에서 최근 연기 없는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가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지만,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는 사실 일본이 전 세계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일본 내에서 비흡연, 종이 담배 흡연, 전자담배 흡연,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 흡연 등 흡연의 양상이 다양해지면서 규제를 담당하는 정책 당국, 정당 등의 대응도 각양각색이다.
규제 강화에 의욕을 보이는 후생노동성은 최근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에 대해 “간접흡연 피해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규제 대상으로 삼을지는 현 단계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놨다. 사실상 음식점 등에서 전자담배를 흡연하는 것을 눈감아주겠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을 입증하기까지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간접흡연방지대책에 대해 집권당인 자민당 역시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아이코스’ 규제 vs 허용 제각각
이처럼 법 제정이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동안에도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 이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어 현장에선 독자적인 규칙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추세다.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를 제조해 판매하는 일본담배산업(JT),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 등 3사는 금연구역에서도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라면 피울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스티커를 지난 6월부터 지자체와 음식점에 동시에 배포하기 시작했다.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는 연기가 없기 때문에 금연구역에서도 흡연할 수 있다는 논리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흡연이 가능한 택시가 여전히 존재하는 일본에선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를 흡연할 수 있도록 한 전용 차량을 늘리고 있다. 한 택시 업체는 “이용자들의 요청이 많아 일단 도입은 했지만 좀 더 지켜보고 비흡연자 승객들의 큰 불만이 없다면 정식으로 도입해보려고 한다”고 현지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렌터카와 카셰어링 업체들도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를 차량 내에서 흡연할 수 있는 전용차를 도입하기도 했다.
반면 종이 담배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아직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가 안전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의 국철 JR 홋카이도(北海道)의 경우 종이 담배부터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까지 열차 내 이용을 금지시켰으며, JR 동일본도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를 금지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쿄 인근과 오사카 인근에 자리 잡은 가나가와현(神奈川)과 효고현(兵庫)은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를 규제하고 있다. 이 밖에도 130개 지자체가 노상 금연 대상에 아이코스 등을 포함하기도 했지만 벌금 규제까지는 도입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전문가들은 완전 금연으로 가기 위한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 보급에 주목하기도 한다. 금연정책 최선의 방식은 완전한 금연이지만,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 보급을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담배 규제에 대한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과 유럽은 간접흡연 방지에 중점을 두고 있어 실내 공간에서 금연을 시행하는 곳이 많다. 반면, 야외 흡연에 대한 규제는 없다. 일본의 경우 담배꽁초의 무단투기를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야외 흡연을 금지시키는 곳이 늘고 있다. 특히 보행 중 흡연에 대해선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영국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6년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 매출의 약 96%가 일본에서 발생했다. 일본 담배시장은 최근 종이담배 소비가 줄어든 반면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PMI는 3월말까지 일본 국내에서만 아이코스 300만대를 팔았다. 후발주자인 JT와 BAT도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일본 담배업계는 도쿄올림픽 개최 전까지 히팅 방식의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가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비흡연자와 흡연자가 공존할 길을 모색하는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아이코스’ 소비국 일본의 동향에 전 세계 보건당국이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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