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노후화된 설비 개선 등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3개월 사이 무려 5건의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10일 오전 6시 38분께 전남 여수시 중흥동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GS칼텍스 2공장에서 수십km까지 들릴 정도의 큰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났다.
아스팔트를 가열해 등유와 경유를 뽑아내는 VRHCR(중질유분해공정) 냉각기 부근 배관에서 발생한 화재는 오전 9시 45분께 모두 진화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지 못했지만 공정의 주원료인 수소가스로 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사고는 인명 피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지난 2일 공장 변전실에서 불이난지 8일 만에 또 다시 발생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GS칼텍스 화재뿐만 아니라 최근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수국가산단에서는 최근 3개월 사이 무려 5건의 사고가 발생해 '또 다시 대형사고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0일에는 롯데케미칼 1공장 플라스틱 원료 일시저장소인 싸일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5월 30일 한화케미칼 1공장에서는 폴리에틸렌 생산공정 고압 분리기의 이상 반응에 의해 가스가 누출되면서 불이 났다. 한화케미칼은 같은 달 22일에도 자일렌이 누출돼 근처에서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가스를 흡입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삼남석유화학 화재, 1월 롯데케미칼 방사능유출사고 등 각종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여수시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단 입주기업에서만 9건의 사고가 발생해 6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당했다. 2015년에도 7건의 사고가 발생, 1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2014년에는 10건의 사고로 사망 1명, 부상 12명의 피해를 냈다.
이처럼 화학공장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노동단체와 시민단체는 근본적인 안전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는 성명을 내고 "최근 사고는 2013년 대림참사를 겪었던 지역민과 노동자들에게는 큰 충격과 불안을 주고 있다"며 "연속적으로 발생한 사고를 보며 또 다른 대형사고의 전주곡이 아닌가 하는 불안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이 단체는 철저한 원인조사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작업 중지, 특별안전점검, 진상조사 실시, 여수시의 화학물질 지역사회알권리 조례 시행으로 여수산단 안전관리 기본계획 수립, 화학사고 발생 시 주민고지 방안 마련으로 노동자와 지역주민안전 최우선 조치 등을 요구했다.
지역 시민단체인 여수환경운동엽합과 여수시민협도 정부의 여수산단 특별 안전 감독 실시를 촉구했다.
박성주 여수시민협 사무처장은 "산단 특성상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형 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도 업체들은 노후설비 시설 개선 등 근본대책을 소홀히 해 빈번하게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며 "사고 예방이 중요한 만큼 기업은 노후 설비 교체, 여수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는 분야별 전문 인력을 늘려 각 업체를 정밀 진단해 공개하고, 여수시는 화학사고 예방·대응 정보 공개와 화학사고로부터 시민 안전 확보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GS칼텍스 여수공장은 이날 사고와 관련해 김병열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여수 시민을 비롯해 여수국가산단의 안전을 희망하는 모든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고와 관련해 당사는 관계기관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으며, 이에 따른 어떠한 책임도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 기관과 합동으로 해당 공정을 종합적으로 정밀 진단해 사고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 투명하게 공개하고 반드시 실천하겠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기본 가치'라는 신념을 더욱 분명히 실천하고 공정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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