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극한 대치로 인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있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공격적 투자를 지양하는 대신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세계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
미국과 유럽 증시에 이어 11일 아시아 증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중국 증시는 전날보다 1.63% 떨어진 3208.54로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70%까지 가치를 올렸던 중국 인터넷 서비스업체 텐센트는 이날 하루만 주가가 4% 이상 빠졌다. 일본 시장은 공휴일로 인해 휴장했다.
코스피도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나흘 연속 약세를 보이며 전 거래일보다 39.76포인트(1.69%) 떨어진 2,319.71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2,310대에 그친 것은 지난 5월 24일(2,317.34) 이후 두 달 보름 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로이터 등 외신의 1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CMC마켓은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와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전날보다 0.7% 하락 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FTSE 100 지수도 0.55%가량 하락 출발 가능성이 나오는 등 매도세가 미국에 이어 유럽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제지수로 통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MSCI 지수는 1.55% 내려 12월 중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간 하락폭은 2.5%에 달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등 대북 강경 발언을 내놓은 데 대해 북한이 미국령 괌에 대한 포위 사격 방침을 밝히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공격 대상으로 겨냥하고 있는 괌에 있는 미 앤더슨 공군 기지에는 북한을 선제 공격할 수 있는 핵탄두 탑재 스텔스 폭격기가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장의 경계감이 높은 상태다.
중국은 관영매체를 통해 북한의 '괌 포위사격' 검토 방침을 겨냥해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음을 날렸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설에서 "중국은 북한이 미국 영토에 미사일을 선제 발사해 보복을 당한다면 중립을 지킬 것이지만, 동시에, 한미 양국이 북한에 군사적 타격을 가해 북한 정권을 전복시키고 한반도 정치형세를 바꾸려 한다면 중국은 단호히 개입해 저지할 것"이라고도 명확히 했다.
10일 (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지난 5월 이후 세 달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실제로 전날인 1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204.69포인트(0.93%) 떨어진 21,844.01에 마감하면서 3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하락폭은 274달러까지 키웠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1.45%↓)와 나스닥 지수(2.13%↓)는 물론 유럽증시도 일제히 떨어졌다.
이른바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도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VIX는 전날보다 44.64% 높은 16.03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VIX가 상승하면 증시가 불안해지면서 하락 가능성을 높인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물 금가격은 전날보다 1% 가까이 상승하면서 한때 온스당 1293.8달러까지 올랐다. 약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금 시장에 투자 자금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헤지펀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보유 자산의 5~10% 상당을 금으로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며 "다만 한반도 리스크로 인해 전체 증시가 추락하더라도 종목에 따라 반등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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