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어요” 고진영, 신들린 ‘8연속 버디쇼’…비결은 ‘친구와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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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제주) 기자
입력 2017-08-1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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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사진=연합뉴스 제공]

고진영(22)이 드디어 오랜 침묵에서 깨어났다. 신들린 8개 홀 연속 ‘버디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최다 연속 버디 타이기록이다. 덕분에 그간 마음고생도 털었다.

고진영은 12일 제주 오라컨트리클럽(파72·6545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6억원) 2라운드에서 전반에 보기 2개를 범했으나, 후반 11번홀부터 8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신들린 퍼트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이날 고진영은 KLPGA 투어 최다 연속 버디 타이기록을 세웠다. 앞서 2015년 5월 E1채리티 최종라운드에서 조윤지가 1∼8번홀 연속 버디를 기록한 이후 두 번째 대기록이다. 미국프로골프(PGA)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다 연속 버디 기록은 9개다.

최고의 샷 감은 곧바로 순위에 반영됐다. 고진영은 중간합계 11언더파 133타로 이승현(26)과 공동 2위에 올라 단독 선두 오지현(21·12언더파 132타)을 1타 차로 바짝 추격했다.

고진영은 전반에 보기만 2개를 범하며 부진했다. 하지만 후반 9개 홀은 정반대였다. 전반과 후반의 타수는 무려 10개 차였다. 말 그대로 신들린 샷이었다. 10번홀(파4)에서 아쉽게 버디를 놓친 뒤 11번홀(파5)부터 ‘버디쇼’를 펼쳤다. 12번홀(파3)에서는 약 12m 퍼트가 홀에 빨려 들어갔고, 14번홀(파4)에서는 칩 인 버디를 잡았다. 이후 흔들림 없이 18번홀(파4)까지 버디 8개를 쓸어 담았다.

고진영은 2라운드를 마친 뒤 “후반에 어떻게 쳤는 지 잘 모르겠다. 끝나고 나니 8연속 버디를 했더라”며 “정말 행복했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고진영의 ‘버디쇼’를 가능하게 만든 동기 부여가 있었다. 다름 아닌 친구와 내기. 고진영은 “어제 저녁에 친한 친구와 내기를 했다. 6언더를 치면 그 친구가 선물을 주겠다고 했고, 7언더를 하면 더 큰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며 “전반에 그 선물 생각을 너무 한 것 같다. ‘틀렸다’ 생각하고 후반에 마음 편하게 쳤더니 잘 된 것 같다”고 비결을 전했다.

박성현이 미국 무대로 떠난 뒤 올 시즌 고진영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고진영은 올 시즌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상반기 내내 부진했다. 그만큼 마음고생도 컸다. 고진영은 “4년간 뛰면서 관심도 많이 받아 굉장히 부담감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 상황이 힘들었다”며 “상반기 우승만 없었지만, 성적이 나쁘진 않았다. 오늘 잘 맞아 하반기 때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부담감을 털어냈다.

이날 8연속 버디가 가능한 것도 부담감의 해방이다. 고진영은 “예전에 3~4연속 버디를 하면 긴장이 많이 됐는데, 오늘은 긴장이 별로 안 되더라”며 “내 공에만 집중을 잘했던 것 같다. 스스로 노력하면서 조금 더 성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2라운드 반격에 나서며 시즌 첫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번 대회 뿐 아니라 하반기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고진영은 “워낙 많은 선수들이 잘하고 있기 때문에, 승수를 정하긴 어려울 것 같지만, 준비한대로 열심히 하겠다”며 모처럼 입가에 미소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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