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위반 행위가 경영상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도록 배상책임‧과징금을 대폭 상향했고, 판매수수료‧상품재고 처리 등 유통업체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분야까지 메스를 댔다.
사실상 타깃은 ‘대형 유통업체’다. 이들은 지금까지 관행으로 여겨져 당연시되던 거래방식 전반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 방향이나 가맹분야 대책발표 때처럼 갑을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뒤, 업계의 자발적 상생안을 요구했다. 또한번 바통을 업계에 넘긴 것이다.
◆불공정 관행에 메스…징벌적 손배제‧과징금‧판매분매입 ‘화들짝’
공정위의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은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를 조준했다. 징벌적 손배제, 과징금, 판매분매입 등은 업계에서도 아프게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현행법 내 손해배상과 과징금 규모로는 법위반 재발을 억제하는 데 부족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현행법상 불공정행위로 발생한 피해배상은 ‘3배 이내’다. 납품업체가 소송을 제기해도 실손해배상(1배 배상)만 받는 경우도 있어 피해업체를 구제하고, 소송을 유도하는데 충분치 않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국회에 ‘5배‧10배 이내’로 강화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지만, 공정위는 유동적인 피해보상액 최대치를 높이는 것보다 3배를 확실히 배상하면 실질적인 손해회복과 위법행위 억제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 부과되는 정액과징금과 관련, 대규모 유통법 위반사건의 대부분은 5억원 이하로 부과된다. 이는 관련 매출액 산정이 어려워서다. 이를 납품대금‧임대료‧위반금액으로 바꿔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했고, 정액과징금 상한도 높였다.
특히 판매수수료 공개대상을 대형마트‧온라인쇼핑몰까지 확대한다. 공정위는 ‘영업비밀 침해’를 우려, 개별품목별 공개없이 ‘평균적인’ 판매수수료율을 공개할 예정이다.
판매분 매입은 탈법행위로 규정된다. 현재 납품업체는 유통업체로부터 상품을 우선 매입한다. 이후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남은 재고는 반품이 안된 채 납품업체의 재고로 쌓인다. ‘재고 떠넘기기’다.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게 130개를 판매요청하고, 납품업체가 100개를 소비자에게 팔았다면 매입처리는 100개만 하고 30개의 재고는 반품하지 못한 채 납품업체가 떠안아야만 했다.
공정위는 이를 '탈법행위’로 규정하는 쪽으로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15개 중 7개 ‘국회협조 필수’···김상조 위원장 “업계 자발적 상생안 기대”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법만이 능사는 아니다. 업계가 자체 상생협력 및 모범기준을 만들어가는 게 더 효과적이고 실효성이 있다”며 “공정위는 법집행을 강화하며 업계의 자율적 노력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대책을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가맹분야 대책 역시 발표 후 업계와 간담회에서 10월까지 자체 상생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는 주요 대책이 현실화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15개 중 7개가 국회 차원에서 법개정이 필요한 과제다.
‘3배 손해배상제’ 도입문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4명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 위원장도 “법학계는 실손해배상을 원칙으로 보고 있어 3배로 못박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정액과징금 △판매분 매입 금지 △대규모유통업거래 공시제도 도입 등 예민한 과제가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앞서 공정위가 발표한 가맹분야 대책도 23개 중 9개가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오너리스크 배상책임 △보복 금지제도 마련 △가맹점단체 법적지위 강화 등 핵심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을 넘지 못하면 공정위의 갑을관계 개선 대책이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법 개정은 공정위가 하는 게 아니라 국회가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태스크포스(TF)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의견을 말하고 협의할 계획이다.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