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상생.일자리창출 등 역동적 변화 시도...정부정책 적극 호응
재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그 어느때보다 역동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협력사 상생방안 등을 잇따라 내놓은데 이어 조직문화 개선에도 적극적이다.
재계 맏형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 SK, LG, 포스코, 한화 등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협력사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상생 모델'을 내놨다. 협력사들 역시 관련 활동을 강화해 정부 정책에 부응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일자리 창출에는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채용 확대 움직임은 새 정부가 독려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정책에 화답하는 의미도 있지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우수 인재 채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재계 고위임원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력과 상생경영 등 지속적으로 해오던 노력이 새 정부의 기조와 맞물리면서 더욱 성실하게 수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새 정부가 청년실업, 노인빈곤, 저출산, 빈부격차, 저성장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일자리와 연계해 한꺼번에 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기존의 퍼주기식 복지정책에서 벗어나 일자리를 통해 복지를 추구하고 있는데다 4차 산업이 가져올 노동시장의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현 정부의 주장은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다만 정부가 하루 빨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커지고 기업들에 대한 정부개입이 늘어날수록 정부의 좋은 의도와 달리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자원은 시장원리에 따라 가장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갈 때 새로운 부가 창출되고 일자리도 많이 생기게 된다"고 짚었다.
◆"경제정책 속도 조절 필요..채찍 아닌 당근도 필요"
재계 일각에서는 '결과물'에만 치중하다보면 또 다른 '생채기'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각 기업마다 고용·투자 현실이 다른 만큼 정부의 정책 기조에 일률적으로 따를 수는 없다는 얘기다.
또 투자 활성화를 가로막는 걸림돌과 기업들의 애로사항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정규직 전환과 협력사와의 상생협력 강화 등에 대해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저소득층으로 소득이 이전되면 소비성향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이에 따른 생산확대가 고용 및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발생한다는 판단에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국내 기업 환경을 고려할 때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꺼번에 변화를 이뤄내기 보다는 경제시스템이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적인 여지를 두고 정책을 시행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는 기업 현실을 고려한 경제정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법인세 증액 등이 기업에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며 "한 템포 정도 늦춰 기업들이 따라갈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애로사항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부담감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정부도 다른 부분에 있어 기업들이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주면 좋겠다"며 "일례로 중국 사드 보복이나 그런 부분에 있어 한국 기업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사정당국의 칼날이 자칫 투자 등 기업 고유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임원은 "새 정부 출범 전부터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커진 상황이었는데, 새 정부 출범 이후 재벌 개혁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사정당국의 칼날은 여전히 기업 입장에선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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