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전13기’ 고진영의 화려한 부활 “백록담 기운이 우승 불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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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제주) 기자
입력 2017-08-1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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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이 13일 제주 오라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최종합계 17언더파 199타로 우승을 확정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비바람이 몰아친 악천후도 고진영(22)의 부활 날갯짓을 막지 못했다. 고진영이 오랜 부진을 씻고 올해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8연속 버디쇼’가 만들어낸 짜릿한 역전 드라마였다.

고진영은 13일 제주 오라컨트리클럽(파72·6545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내 6언더파 66타를 쳤다.

대회 1라운드 공동 8위로 출발한 고진영은 2라운드에서 신들린 샷으로 KLPGA 투어 최다 연속 버디 타이기록인 8개 홀 연속 버디를 작성하며 공동 2위까지 올라섰다. 마지막 날에도 ‘노보기’ 플레이로 완벽하게 샷감을 되찾은 고진영은 최종합계 17언더파 199타로 2위 김해림(28)을 4타 차로 따돌리고 시즌 첫 승을 올렸다. 고진영은 통산 8승과 함께 대회 우승상금 1억2000만원도 챙겼다.

고진영은 지난해 시즌 3승과 함께 ‘대세’ 박성현(24)을 제치고 대상포인트 1위, 상금랭킹 2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은 미국 진출로 떠난 박성현에 이어 국내 무대를 평정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고진영은 이번 대회 전까지 상반기 내내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다만 11개 대회에 참가해 6차례 톱10에 진입했고, 평균타수 70.07로 2위에 랭크되는 등 꾸준한 성적을 유지했다.

올 시즌 고진영을 짓누른 것은 우승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자신을 향한 큰 기대의 시선을 이겨내지 못하고 힘겨워했다. 하지만 하반기 첫 대회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12전13기 끝에 이룬 대역전 드라마는 대회 둘째 날부터 시작됐다. 고진영은 2라운드 후반 11~18번 홀에서 8개 연속 버디를 낚는 신들린 샷으로 개인 최다 연속 버디 기록을 갈아치우며 우승 예감을 들게 했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샷감은 그대로였다. 강한 바람과 비까지 내린 악천후로 상위권 선수들이 고전한 가운데 고진영은 흔들림이 없었다. 전반에 2타를 줄인 고진영은 후반에도 버디 4개를 몰아쳤다. 어려운 14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 우승 경쟁자들을 뿌리쳤다. 챔피언조 이승현(26)과 오지현(21)은 이 홀에서 나란히 보기로 무너졌다. 이후 17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 2위와 4타 차로 벌려 우승의 쐐기를 박았다.

시즌 첫 승과 함께 동료들로부터 ‘물총 세리머니’ 축하를 받은 고진영은 “내가 생각해도 늦은 우승이었던 것 같다”며 “투어 생활 4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제주도에서 하면서 한라산 백록담을 올라가 좋은 기운을 받은 덕분”이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고진영은 힘겨웠던 올 시즌을 돌아보며 “(박)성현 언니가 작년에 같은 투어를 뛰면서 좋은 성적을 냈고, 내가 따라가는 입장이어서 가혹하게 투어 생활을 했다. 언니가 미국을 갔고, 쫓아가던 대상이 없어졌다. 아직 부족한데 주변의 기대가 커 부담감도 많았다”며 “올해 성적이 안 나면서 내 시간을 갖고 여유가 생기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내 스윙을 믿고 편안하게 플레이를 했고, 언제든 버디를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젠 통산 9승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웃었다.

한편 국내 대회 첫 승에 도전했던 ‘골프 여제’ 박인비(29)는 최종합계 3오버파 219타로 부진해 62명 가운데 공동 56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KLPGA 투어 18번째 대회에서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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