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똑같이 베끼면서 꾸준히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 후난(湖南)위성TV가 이번에는 현재 방영 중인 JTBC '효리네 민박'과 비슷한 포맷의 예능을 내놓으면서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봉황망(鳳凰網) 등 연예 매체에 따르면 후난위성TV은 오는 10월 7일 '친애하는 객잔(親愛的客棧·가제)'이라는 제목의 새로운 예능을 선보이겠다고 최근 밝혔다. '친애하는 객잔'은 유명 인사 커플 두 쌍이 하나의 객잔(중국의 전통 숙박 시설) 형태의 민박집을 운영하면서 겪는 민박집의 일상과 두 부부의 생활을 지켜보는 관찰형 리얼리티 예능이다.
프로그램 포맷이 공개되자 '친애하는 객잔'에는 '효리네 민박'과 매우 유사하다는 중국 네티즌들의 지적이 쏟아져나왔다. 이효리·이상순 부부 두 사람이 제주도에서 부부 민박집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친애하는 객잔'과 대동소이하다는 평이다.
'친애하는 객잔' 제작진 측이 공개한 계획서에는 프로그램에 메인 출연자인 두 쌍의 부부 외에도 다른 연예인이 출연한다고 나와있다. '효리네 민박'에도 알바생이라는 역할로 가수 아이유가 나오고 있어 이 부분 역시 표절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후난위성TV 측은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아직 다른 표절 의혹이 밝혀지거나 해결된 것도 아닌데 또 한국 예능을 몰래 가져다 쓰는 건 부끄러운 짓"이라며 후난위성TV을 비난하고 나섰다. 아직 종영이 되지도 않은 '효리네 민박' 포맷을 재빨리 표절한데에 대해서는 "빠르기도 하다"면서 비꼬는 의견도 있었다.
후난위성TV는 중국 대륙에서 가장 잘나가는 예능 방송사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 동안 각각 tvN '삼시세끼'과 ‘윤식당’의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동경하는 생활(向往的生活)'과 '중찬팅(中餐廳)’을 내놓으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처럼 빈번하게 국내 예능을 베끼는 중국에 국내 방송가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방송국 관계자는 "사실 규모도 크고 중국에서 잘 나가는 후난위성인데 불구하고 이렇게 표절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실질적인 대처방법이 없어 더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국내 예능 프로그램 베끼기는 후난위성TV만의 문제가 아니다.
MBC '무한도전', SBS ‘정글의 법칙’, SBS ‘영재발굴단’, ‘ SBS ‘신의 목소리’, KBS 2TV ‘안녕하세요’, Mnet ‘프로듀스 101’, Mnet ‘쇼미더머니’, JTBC ‘히든싱어’, SBS ‘판타스틱 듀오’ 등 다수의 프로그램도 중국 방송사 표절의 표적이 됐다.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의 몇몇 중국 PD들은 되려 당당한 모습이다.
국내에서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힙합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쇼미더머니' 역시 중국의 베끼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쇼미더머니’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의 ‘더 랩 오브 차이나’는 ‘쇼미더머니'의 프로그램 로고, 1차 오디션에서 합격하면 참가자들이 받게 되는 황금색의 목걸이 등 소품, 세트 구성부터 진행 방식까지 비슷한 부분이 한 두개가 아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저작권을 샀다고해도 믿을 정도로 유사한 점이 많다.
표절 의혹에 ‘더 랩 오브 차이나’의 천워이 총괄 프로듀서(CP)는 중국 봉황망과의 인터뷰에서 '쇼미더머니' 표절 논란에 대해서는 "힙합 문화는 '정형적'이다"라면서 간접적으로 부인했다.
‘윤식당’을 연출한 나영석 PD는 최근 ‘알쓸신잡’ 제작발표회에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으로 양국 관계가 딱딱해지면서 정품 포맷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가 눈치 보이는 일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당시 나 PD는 후난TV가 자신이 연출한 '윤식당'과 포맷이 유사한 프로그램을 내놓는다는 소식에 대해 "양국 관계가 풀리면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그는 "베끼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포맷이 비싸지 않다. 포맷을 구매하면 우리가 직접 여러 가지 디테일한 것까지 알려드린다. 애프터서비스도 해드리니 가능하면 '정품'을 구매해달라"고 씁쓸한 농담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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