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백악관 내 극우파의 상징으로 알려진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의 낙마설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면서 배넌의 백악관 퇴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배넌이 백악관에서 수석전략가 자리를 유지할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 “나는 배넌을 좋아한다. 그는 나의 친구이다. 언론이 그를 무척 불공정하게 대우한다고 생각한다”며 배넌을 두둔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곧 이어 “배넌은 작년 대선 캠프에 뒤늦게 합류했다. 나는 상원의원 및 주지사 17명과 함께 대선을 치렀다”면서 대선 승리에서 배넌의 기여도를 낮게 평가했다. 이어 그는 “배넌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배넌의 퇴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배넌에 대해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배넌의 경질설은 중도파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새로 취임한 뒤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배넌이 백악관 안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을 포함해 안보·경제 고문들과 잦은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켈리 비서실장은 백악관 질서 재편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뉴욕타임스(NYT)는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배넌을 백악관에서 쫓아낼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트럼프의 사위인 쿠슈너와 켈리 비서실장이 동석했는데, 이들 역시 배넌의 경질을 강력히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이 버지니아 샬러츠빌에서 벌어진 백인우월주의자들 시위를 두고 인종차별을 직접 비판하지 않으면서 배넌을 퇴출하라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반인종차별 단체들이 충돌해 유혈 사태가 벌어진 것과 관련해 양쪽 모두의 잘못을 지적해 십자포화를 맞았는데, 그 뒤에는 지지계층을 의식해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심하게 비난하지 말라는 배넌의 조언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배넌과 이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았다”면서 부인했다.
CBS뉴스는 15일 백악관 내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배넌이 지금처럼 위기에 몰린 적이 없다면서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나가게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보수주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톰 라이트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배넌의 퇴출을 확신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면서 배넌은 백악관에서 중도파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수주의 시각을 제공하는 몇 안 남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넌은 느리지만 분명하게 외곽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그의 시각은 여전히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이것이 공식 정책으로 자리잡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