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관행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면서 미·중 G2국가 간의 통상분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어떤 결과를 낳을까.
트럼프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지재권 침해 조사를 지시하는 내용의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고, 이로 인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사실상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는 1년여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그 결과는 대략의 윤곽이 나와 있다.
중국의 미국 지식재산권 침해로 인한 연간 피해 규모는 연구 기관에 따라 2250억~6000억 달러(약 257조~685조원)로 추산된다. 미국 지식재산침해위원회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전체 지식재산권 도용 중 중국(홍콩 포함)이 전체의 87%를 차지한다"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원전 건설과 인공위성 개발과 관련한 고급 기술도 중국은 미국의 허가 없이 도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45% 관세 트럼프 공약 현실화되나
조사과정에서 미국은 중국과 양자협정을 진행하게 되고, 협정이 결렬되면 미국 통상법 301조에 의거해 무제한적인 무역보복을 가할 수 있다. 무역보복의 종류와 강도는 대통령의 재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45%의 고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았었다. 지재권 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을 이행할 근거가 된다.
벌써부터 중국은 미국에 대해 맞불을 놓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5일 "(미국의 통상보복에)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관영매체들은 벌써부터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미국여행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 미국의 통상제재에 대해 중국은 보복할 카드를 가지고 있다. 우선 중국은 중국에 진출해 있는 미국 기업에 대한 보복조치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롯데마트에 행한 제재가 월마트에 가해지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매길 수도 있다. 또한 중국은 미국을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할 수 있다. 통상법 301조는 미국 국내법인 만큼, 미국이 WTO에서 승소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때문에 중국 매체들은 미·중 간의 무역전쟁은 '양패구상(兩敗俱傷)'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양패구상이지만 中 더 큰 피해
다만 미국은 지재권 조사과정에서 중국의 감추고 싶은 민낯을 세계에 드러내보일 수 있다. 중국 정부와 국유기업들의 지재권 도용사례들이 적나라하게 발표되면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악몽일 것이다. 앞으로 수많은 국제무대에 나서야 할 시진핑(習近平) 주석으로서도 체면이 깎이게 된다.
G2 무역전쟁의 결과는 양패구상이겠지만, 미국이 명분을 쥐고 있는 만큼 그 피해는 중국에 더욱 가혹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미국에 무엇인가를 양보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미·중 간의 무역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100일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 등의 조치를 내놓았지만 미국으로서는 불만족스러운 수준. 이어 지난달 열린 ‘포괄적 경제대화’도 성과 없이 끝났다.
◆미·중 투자협정과 금융개방 노림수?
이 시점에 미국은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한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하면서 지재권 피해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지점에서 미국의 노림수를 읽을 수 있다.
노림수로는 우선 중국의 대북 제재 강화를 꼽겠다. 실제 중국은 지난 14일 북한산 제품을 무더기로 금수조치했다. 다음 노림수로는 중국의 더욱 적극적인 미국산 제품 수입과 대미 투자를 유도해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중 투자협정(BIT)에서 중국으로부터 대폭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의도도 숨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중국은 2008년 BIT 협상을 시작한 이래 24차례에 걸쳐 협상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협상에서 미국이 바라는 핵심은 중국의 금융·서비스 분야 대폭 개방이다. 특히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은 미국이 그동안 끈질기게 요구해온 바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본격적인 기싸움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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