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재계 대표들로 구성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경제 자문위원회 두 곳이 해체됐다. 친기업 정책을 약속하며 재계와의 돈독한 관계를 추구하던 트럼프 대통령과 재계의 갈등이 표면화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와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주말 버지니아 샬러츠빌에서의 백인우월주의 시위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온적인 대처에 뿔난 CEO들이 잇따라 탈퇴 의사를 밝히자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두 개의 백악관 경제 자문위원회인 제조업·일자리 위원회와 전략·정책포럼을 해체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자문위 탈퇴를 타진하던 CEO들은 15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기자회견을 보고 큰 실망감을 표출하면서 단체로 본격적인 해산 여부를 논의했다.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자문위에 들어올 기업인들이 줄을 섰다면서 “관심종자(grandstanders)들은 애초부터 제조업 자문위에 들어와서는 안됐다”고 맹비난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샬러츠빌 사태를 두고 "양측 모두 잘못했다"면서 양비론을 펼치는가 하면 "자문위 CEO들이 자리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전략 포럼의 경우 16일 오전 위원장인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CEO가 주재로 전화 회의를 열었다. 이때 대다수의 CEO들은 탈퇴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전략 포럼 위원들은 회의 후 성명을 통해 “포럼 참여가 미국인의 일상을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적 논의를 돕고자 했던 선의에서 멀어지게 됐다”면서 해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14일부터 머크와 IBM 등을 통함해 8명의 재계 대표들이 이탈을 선언한 제조업 위원회 역시 16일 오후 전화 회의를 가진 뒤 해산을 결정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트위터로 “제조업 위원회와 전략 정책 포럼의 재계 인사들에게 압력을 가하기보단 끝내는 게 낫다. 모두 고마웠다!”고 적으며 자문위 두 곳의 해체를 알렸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나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전 CEO를 포함한 일부 재계 대표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이나 파리 기후협약 탈퇴 등 논란이 됐던 정책에 반발하며 일찍이 탈퇴했지만 대다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및 규제 완화 정책을 기대하면서 자문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샬로츠빌 사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를 꼬집어 비판하는 대신 인종차별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자 기업들은 부랴부랴 백악관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이미 임직원, 소비자, 인권 단체들로부터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보이라는 압박을 받던 기업 대표들은 더 이상 있다가는 더 큰 역풍을 맞을 것으로 우려했을 것이라고 기업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존슨앤존슨의 알렉스 고스키 CEO는 15일까지만 해도 전략 포럼에 잔류 의사를 밝혔지만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의 양비론으로 비난이 쏟아지자 사임 의사로 돌아섰다.
일부 재계 대표들은 보다 강력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샬러츠빌 사태에 대한 미온적 대응을 비판했다. CNN머니에 따르면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는 임직원들을 향한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처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면서 “인종차별, 편협, 폭력은 늘 틀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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