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연일 주식을 팔아치우던 외국인도 매수세로 돌아섰다. 결과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차익실현 기회를 제공해 반등할 수 있는 힘도 축적됐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북·미 대치로 코스피가 약세로 돌아선 9일부터 이날까지 기관 투자자는 1조532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1조3743억원어치를 팔았다. 개인은 마찬가지로 순매도했지만 2400억원 남짓에 그쳤다.
기관이 구원투수로 나섰을 뿐 아니라 개인도 과거처럼 대형 악재에 투매로 대응하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인 역시 이날에는 500억원어치 넘게 사들이면서 매수우위로 돌아섰다. 개인도 비슷한 규모로 순매수했다.
물론 아직 전고점인 2450선에는 크게 못 미친다. 그래도 수급이 안정을 찾으면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되살아나고 있다.
현재 주목해야 할 투자 주체는 연기금이다. 연기금은 2016년까지 5년 동안 코스피 주식을 연평균 6조4000억원어치 사들였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올해에는 연기금이 1조4000억원을 집행해 5조원가량 매수여력이 있다"며 "평가차익까지 고려한 매수여력은 3조6000억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연기금이 해마다 비슷한 규모로 주식을 매수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올해에는 매수여력이 충분히 남아 있고 이는 하방경직성을 강화시켜주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연말로 갈수록 연기금이 사들이는 주식은 더 많아질 거라는 얘기다. 상반기 강세장을 주도했던 정보기술(IT)주 주가가 이번 조정으로 크게 빠진 점도 매력적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북·미 대치는 단기 노이즈 성격이 짙다"며 "이번 조정장에서 본질은 글로벌 IT 섹터에 누적된 피로도가 해소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미 정치 상황을 감안하면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단기에 부활하기는 어렵다. 이는 IT 섹터 수급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증시에서 IT주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 IT 섹터를 보면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에 이른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9.5배에 머물고 있다.
외국인도 이번 조정 기간에 IT주에 대해 충분히 차익실현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구 연구원은 "실익이 전무한 투매보다는 보유를, 대안 없는 관망보다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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