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화보]장자제-기이한 산과 맑은 물, 소수민족의 풍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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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령 기자
입력 2017-08-3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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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을 감싼 뿌연 연무는 ‘인간세상의 신선계’로서 우링위안에 신비감을 더한다.[사진= 사도 타마코(佐渡多眞子) 제공]


인민화보  천커(陳克) 기자=후난(湖南)성 북서부 리수이(澧水) 중상류, 우링(武陵)산맥 한복판에 장자제(張家界)가 있다. 장자제는 기이한 산림경관을 자랑한다. ‘삼천기봉, 팔백수수(三千奇峰, 八百秀水·삼천 개의 기이한 봉우리와 팔백 개의 맑은 물)’로 묘사될 정도다. 관광으로 발달한 이 곳의 풍경과 삶의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아름답길래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 끊이지 않는 것일까?
 

대협곡의 ‘유리 다리’는 세계에서 가장 길고 높은 투명 다리이다.[사진=사도 타마코(佐渡多眞子) 제공]

산 위에 올라 내려다 보면 스옌핑촌의 정겨운 전원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불쑥불쑥 솟아난 유채꽃밭은 한 폭의 유화처럼 아름답다.[사진=사도 타마코(佐渡多眞子) 제공]


우링위안(武陵源)의 기암괴석
‘물을 보려면 주자이거우(九寨溝)에 가고, 산을 보려면 장자제에 가라’라는 말이 있다. 장자제에는 삼천 개에 달하는 봉우리가 솟아 있고 팔백 개에 달하는 하천이 굽이쳐 흐른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솟은 갖가지 기암괴석의 풍경에 압도될 것이다. 또 장자제 안에 들어와 있으면 마치 신선들이 사는 곳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이처럼 독특하고 기이한 경관은 수억 년에 걸친 지각운동과 유수의 작용으로 생겨난 것이다. 1992년 장자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국제지형학회는 이곳의 석영 사암(砂巖) 봉우리를 아예 ‘장자제 지형’이라 명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자제는 황산(黃山)이나 태산(泰山)같은 명산(名山)에 비해 역사적인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그러다 1980년대 이름난 화가였던 우관중(吳冠中, 1919~2010)이 자신의 작품에서 장자제의 가파른 산봉우리와 안개가 자욱이 낀 산허리를 묘사하면서 비로소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림이 명성을 얻으면서 장자제의 명성도 높아졌다. 불과 30년 만에 장자제는 중국의 가장 중요한 관광도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작년 장자제를 찾은 관광객 수는 6143만명에 달했고, 수많은 여행가들이 장자제를 ‘죽기 전에 꼭 가 보아야 하는’ 여행지로 꼽는다.
장자제 관광에서 우링위안 풍경구는 빼놓을 수 없는 곳 중 하나다. 우링위안은 장자제 국가삼림공원, 톈쯔산(天子山), 위안자제(袁家界), 쒀시위(索溪峪)로 이뤄져 있다. 톈쯔산 자락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곧장 정상으로 올라가면 깎아지른 듯한 산봉우리가 눈 앞 한 가득 펼쳐진다. 봉우리는 기다란 창끝이 하나하나 솟구쳐 있는 것만 같고, 짙고 거무스름한 그림자는 위엄과 풍채를 풍기면서도 차분하고 고아한 기운이 느껴진다. 단단한 암석 틈에서 솟아오른 검푸른 소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숙연함마저 들 정도다. 봉우리가 높을수록 산등성이의 연무는 산바람이 한번 지나갈 때마다 시시각각 위치와 모양을 바꾼다. 봉우리가 높을수록 이런 변화는 가속된다.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면 이전에 알고 있던 산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 풍경이 펼쳐진다. 겹겹이 쌓인 산등성이가 끝없이 이어지며 보는 각도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절묘한 경치를 자아낸다. 날카로운 검 같기도 하고, 도끼나 문짝, 손바닥, 혹은 죽순 같기도 하다. 홀로 솟아 있기도, 서로 의지해 있기도 하면서 기이한 형상을 이룬다. 자신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면 산봉우리들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면서도 하늘을 찌를 듯이 곧게 뻗은 몇몇 산봉우리는 붓이 거꾸로 꽂힌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다. 전설에 의하면 이곳에는 700년 전 향왕(向王)이라 불린 토착민족의 수장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명나라의 통치를 거부하고 왕국을 세운 뒤 스스로를 왕으로 칭했다. 이에 분노한 명의 통치자는 향왕과 백성들을 잔혹하게 핍박했고, 향왕은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높은 산봉우리에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이곳은 향왕이 몸을 던진 곳으로 전해진다. 현지인들은 향왕을 기리기 위해 그가 생전 글을 쓸 때 사용했던 붓에 착안해 이곳을 ‘어필봉(禦筆峰)’이라 이름 지었다.
국가삼림공원의 북부에 위치한 위안자제는 신비로운 ‘판도라의 세계’로 불린다. 전세계를 휩쓸며 박스오피스 최고 기록을 세운 영화 ‘아바타’ 제작팀이 배경 촬영을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절경에 흠뻑 빠진 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이곳을 영화 배경으로 삽입했다. 영화 속 ‘판도라’에 떠 있는 ‘할렐루야산’은 위안자제의 ‘첸쿤주(乾坤柱)’를 모티브로 한다.
우링위안에서는 산과 함께 하천도 볼 수 있다. 10km에 달하는 하천인 진볜시(金鞭溪)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산봉우리를 두루 휘감아 흐르며 산과 나무를 촉촉히 적신다. 기암괴석과 맑은 하천, 협곡과 삼림이 어우러져 한 폭의 웅장한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봄철 하천을 따라 산골짜기와 산등성이를 걷다 보면 색색의 꽃잎이 흩날리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여름에는 얕은 개울에서 고기를 잡거나 시원하게 물장난을 칠 수 있고, 가을에는 차례로 붉게 물들어 가는 삼림을 보며 맑고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겨울에는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고요한 정취를 자아낸다.
 

마을 민요를 부르며 장난치는 여자 아이들의 몸에 걸쳐진 것이 바로 토가족 고유의 채색 비단인 ‘시란푸카’이다.[사진=사도 타마코(佐渡多眞子) 제공]

스옌핑촌에 있는 토가족의 전통 고상가[사진=사도 타마코(佐渡多眞子) 제공]


산 속 토착민들의 삶
장자제 시내에서 60km 정도 떨어진 왕자핑(王家坪)진은 샹시(湘西)산 동북부에 위치해 있다. 높낮이가 다른 산 속에 둘러싸여있고 마터우시(馬頭溪)라는 하천이 가로지르는 마을이다. 토가족(土家族)은 이곳에서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간직하며 대대손손 모여 살고 있다.
‘토가’라는 이름은 ‘깊은 산 속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산에 겹겹이 둘러싸인 왕자핑진의 스옌핑(石堰坪)촌에는 900명이 넘는 토가족들이 살고 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마터우시는 밭길을 따라 졸졸 흐른다. 도로 양쪽으로는 노란 유채꽃이 활짝 피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고요한 전원마을의 풍경을 만든다.
유채꽃밭 깊숙한 곳에는 고상가옥이 있다. 스옌핑촌에는 장자제의 토가족 마을 중에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고상가옥 182채가 남아 있다.
현지 주민인 장(張) 씨네 고상가옥은 산을 끼고 지어졌다. 자그마한 청기와와 진갈색 목판들이 정갈한 자태로 가만가만 지나간 세월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가옥 꼭대기의 비첨(飛檐·추녀)과 교각(翹角)은 활짝 날개를 펼치는 용맹스러운 매의 모습이 떠오른다. 처마 밑의 전통 격자무늬 창과 붉은 등롱(燈籠)은 고상가옥에 섬세함을 더해 준다.
정원 중간에는 본채가 있고, 본채 중간에는 손님을 맞이하거나 집안 대소사를 치르는 공간인 안채가 있다. 안채 정면 목판벽(木板壁)의 신감(神龕)에는 집안 조상들의 위패를 모셔두고 있다. 왼쪽은 존(尊)을 상징해 부모가 거주하고, 오른쪽은 비(卑)를 상징하기 때문에 자녀가 머문다.
본채의 한쪽에 있는 고상가옥은 삼면이 모두 공중에 떠 있다. 크고 굵은 기둥 몇 개가 받침돌 위에서 고상가옥을 지탱하고 있다. 아래에는 통풍과 건조를 빠르게 하고 습기가 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넓은 공간을 두었다.
후난성 출신의 작가인 심종문(沈從文, 1902-1988)은 그의 명저 <샹시행 잡기(湘西散記)>에서 “사람이 사는 고상가옥 아래 새끼 양이 울고 있다”고 서술한 바 있다. 비록 장 씨네 고상가옥 아래에서 키우는 가축은 돼지와 닭이지만 말이다.
이 집에는 장 씨 집안이 4대에 걸쳐 살고 있다. 장 씨는 “이 집은 우리 할머니의 할머니 대부터 살기 시작해 100년이 넘는 역사가 있다. 많이 낡긴 했지만 온 가족이 편안하게 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토가족은 자신들의 문화를 몹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특히 채색 비단은 토가족의 전통 공예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비단은 토가족 말로 ‘시란카푸(西蘭卡普)’라고 한다. ‘시란’은 ‘덮이다’는 뜻이고 ‘카푸’는 ‘꽃’을 의미한다. 즉, 시란카푸는 ‘꽃으로 덮여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토가족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베를 짜고 수를 놓는 법을 배운다. 토가족에는 여성들이 신발 안창에 무늬를 수놓은 다음, 자신이 마음에 둔 남자에게 주는 풍습이 있다. 이런 전통은 어머니에게서 딸로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왔다. 지금은 이런 전통이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여전히 많은 토가족 여성들은 신발 안창에 수를 놓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토가족 채색 비단은 구도가 과감하고 꽃무늬가 다양하며, 색깔이 화려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장 씨의 아내는 “토가족 여자들은 비단을 만들 때 밑그림 없이 상상력에만 의존한다”고 전했다. 그 섬세한 기예 솜씨에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다.
토가족 마을을 걷다 보며 이따금씩 징과 북소리가 들린다. 가까이 다가가면 ‘풀로 만든 사자(草獅子)’가 리드미컬하게 앞뒤로 움직이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핥는 듯, 긁적이는 듯 몸을 흔드는 모양이 진짜 사자와 흡사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사자춤’은 마을의 노동과 생활 모습에서 비롯됐다. 매년 수확기가 되면 마을 사람들은 풍년과 비를 기원하기 위해 함께 모여 사자춤을 춘다. 사자춤이 끝나면 뒤이어 ‘쇠스랑춤’이 이어진다. 마을 부녀자들이 손에 쇠스랑을 들고 벼를 벤 후, 볏짚을 뒤집어 말릴 때처럼 폴짝대며 노래를 부른다.
전통적인 토가족 촌락의 모습은 이러하다. 여기에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전원과 함께 질박하고 토속적으로 살아가는 토가족 사람들이 있다. 시끄럽고 복잡한 도시에 질렸다면 한번 이곳을 방문해 기분전환을 해 보자.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해질 것이다.

* 본 기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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