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8일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표 이후 한·중 간 문화콘텐츠 교류는 전면 경색 국면에 들어섰다. 이는 문화콘텐츠 교류의 '빨간불'을 넘어 양국 미래세대, 즉 앞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살아가야 할 한·중 양국민들 삶의 '빨간불'이라는 평가다.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뒤 중국 정부는 한국에 대해 전방위로 경제제재를 시작했고, 한·중관계는 최악이 됐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한국인들의 대(對) 중국 인식은 급격히 나빠졌다.
지난해 8월 아산정책연구원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중국의 사드 배치 중단 요구에 대해 "중국의 우려는 이해가 되지만 지나친 반응"이라는 의견이 55.5%로 다수를 차지했다.
지난 6월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의 공동 여론 조사에서도 한국인 10명 중 8명은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나쁘다"고 인식했고 16.3%만 "좋다"고 봤다.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악화된 이유는 중국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제어하는 데 진력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과 더불어, 한국에 가하는 '사드 보복'의 영향도 있었다.
특히 사드 배치와 관련해 지난달 중국의 대응 시나리오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한국민이 군사적 위협을 느끼는 나라는 미국·중국·러시아·북한·일본 중 북한(77.5%)을 제외하고 중국(44.6%)을 꼽은 응답자가 두번째로 많았다.
사드가 상대국의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왕샤오링(王曉玲)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사드 마찰이 중국 내 민족주의의 변화와 함께 중국 대중의 한국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한·중 양국이 비록 오랫동안 민족주의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과거 중국인들은 보편적으로 한국을 중국의 우호국가로 인식해 한·중 간 '작은 마찰'을 중·일 간의 '적대'와는 다르게 여겼다"고 말했다.
왕 연구원은 "그러나 2016년 2월 한국이 사드 배치를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보통 중국인들은 사드의 기능에 대해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임을 인식하면서 '한·미동맹 대(vs) 중·한 우호'라는 구조적 모순을 생각하며 한국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이 사드를 통한 미국과의 공조가 한국인들에 대한 중국인들의 신뢰감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가 본격화되면서 중국의 '한한령(限韩令)' 등 '보복' 조치로 한국 업체들이 중국 업체들의 일방적 계약 불이행을 경험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한국인에게도 사드 여파는 훼손된 중국 이미지를 굳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중국과 협업한 한국의 기업들은 계약서 내에 계약 불이행에 대한 페널티 조항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권리 주장을 못한 채 손해를 감수했다. 중국 측이 주장하는 계약 불이행 사유는 바로 '천재지변에 준하는 불가항력의 범위'로 사드를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택규 한중콘텐츠연구소 부소장은 성균차이나 브리프 44호를 통해 "'한한령'이 중국 정부가 특정 문건을 공포해 시행한 공식 조치가 아니었기 때문에 '한한령'으로 상처 받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 측에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복수의 기업관계자들은 향후 중국 사업에 대한 기대 때문에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도 못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기업에 상처를 받을 대로 받은 한국 기업들이 그 상처를 치유할 기회조차 없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싱리쥐(邢麗菊) 중국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은 "국가 간 민심이 통하는 중요 통로인 인문 교류는 정치적 상호 신뢰의 중요한 초석이며 무역 협력을 심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며 "하지만 이번 사드로 인한 양국민의 인식의 변화는 다양한 원인들이 초래한 의심과 신뢰 부족, 교류 불평등 문제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싱 연구원은 이어 "한·중이 수교 후 25년을 보내는 동안 한·중 관계가 양호한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 민심은 사실상 여전히 취약하다"며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해 존재하는 편견과 이해 부족, 상호 신뢰 결핍이 낳은 이번의 양국 인식 변화가 향후 한중 미래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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