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화보]쯔양현 산골마을을 찾는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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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령 기자
입력 2017-08-3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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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촌은 올해 1월부터 도로 건설을 시작해 9월에 완공할 예정이다. 도로가 건설되면 이 곳의 빈곤탈출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


인민화보 모첸(莫倩) 기자 =산시(陜西)성 안캉(安康)시 쯔양(紫陽)현은 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산간지대이다. 동시에 이곳은 국가에서 지정한 빈민지역이기도 하다. 높고 가파른 산 때문에 교통이 불편한 지역으로, 마을 주민들은 늘 산과 더불어 살았지만 산의 ‘덕’을 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런 깊은 산속 마을에 들어와 살기로 결심한 젊은이들이 있다. 이들은 국가의 빈곤퇴치 정책과 인터넷 시대의 도래에 발맞춰 마을의 모습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 취재팀은 이들의 어깨에서 마을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초여름, 우리는 설렘과 호기심을 갖고 ‘산속의 젊은이들’을 만나기 위해 쯔양현으로 향했다.
 

칭중촌 주민 저우셴둥 씨의 낡은 집과 새 [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


마을에 파견된 젊은 간부
올해 36세인 쩡순바오(曾順寶) 씨는 쯔양현 당위원회 사무처에서 파견한 칭중(青中)촌의 제1서기이다. 쩡 씨는 2015년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 중앙농촌업무지도팀 사무처, 국무원 빈곤퇴치발전지도팀 사무처가 배포한 ‘우수 기관간부의 제1서기직 농촌파견 실시에 관한 통지’에 따라 우수간부로 선발되어 이 마을에 파견됐다.
현재 쯔양현의 113명의 제1서기들은 ‘저소득층 맞춤형 지원’을 주 업무로 삼고 있다. 칭중촌에는 총 148곳의 빈곤가구가 있으며 제각각 사정이 다르다. 이 때문에 쩡 서기는 한집 한집 가정방문을 통하여 이들의 고충을 파악하고 적합한 지원정책을 검토해야 한다.
왕신팡(汪信芳) 씨는 올해 54세로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 29세인 그의 아들 역시 병으로 인해 힘이 드는 육체노동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지난 3년 새 왕 씨 가족 3명이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병으로 일을 못하는 탓에 일가족은 가난에 몰렸다. 하지만 수년 간의 치료를 거쳐 왕 씨의 병세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마침내 쩡 서기의 도움으로 병원과 연결되어 아들도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안캉시의 한 전문의와 연락을 취해 둔 상태입니다. 비용은 일단 신(新) 농업합작의료보험으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방법을 찾아보려 합니다.” 쩡 서기의 말이다.
규정에 따라 신 농업합작의료보험에 가입한 저소득 가구는 1인당 매년 160위안(약 2만7000원)만 납부하면 비율에 따라 최저 60%, 최대 100%까지 병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
칭중촌은 여름철이 시원하고 자연경관이 수려해 농가체험 관광에 적합하다. 마을도 관광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집들을 새단장했다. 마을 주민 저우셴둥(周顯東) 씨는 주거보상 정책을 통해 새단장을 한 집 주인 중 하나다. 쩡 서기는 관광개발 전문회사 설립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저소득층 지원 및 아름다운 농촌 만들기 사업이 공동 진행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2015년, 쩡 서기는 마을 간부들과 함께 ‘병아리 차밭 사업’을 시작했다. 초기에 사업이 잘 진행되지 않는 듯하자 마을 주민들은 병아리가 잘 자랄지, 키우고 난 뒤 시장수요는 있을지, 수익은 얼마나 날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쩡 서기는 자비를 들여가며 병아리를 키우고 차밭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직접 나서서 마을 주민들에게 병아리가 건강히 자라면서 차밭의 잡초도 제거하고 수입도 늘려준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그는 “병아리 차밭 사업의 수익 현황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공시했다”고 말했다.
또 쯔양현에서는 영농가구를 대상으로 연 수입이 3000위안이 늘어나면 700위안의 장려금을 지원하고, 차밭을 관리하는 농가에는 별도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천량화(陳良華) 씨는 2015년부터 시작된 칭중촌 병아리 차밭 사업의 1기 참여 농부다. 이제까지 시장에서 구입했던 병아리를 올해부터는 마을에 설립된 합작사(영농조합)를 통해 공급받고, 구입비도 합작사와 농가가 공동으로 부담한다.

‘대를 잇는’ 아름다운 행정
2013년, 24세의 진딩신(金頂鑫) 씨는 대학 졸업 후 시험을 치르고 반창(板廠)촌 지부 부서기로 임명됐다. 2014년에는 마을 공산당지부 서기에 당선됐다. 진 씨는 대학에서 체육교육을 전공했지만, 마을 간부가 된 데에는 부친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에 대한 은근한 경쟁심리도 있었죠. 평생 지부 서기로 재직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둘이 어떻게 다를지도 궁금했어요.”
진 씨의 부친은 인근 마을인 톄푸(鐵佛)촌의 원로 지부 서기다. 그는 어릴 때부터 마을에 얽힌 부친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반창촌 서기에 막 임명됐을 때에는 부친이 그의 고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마을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부친에게 자주 조언을 구하곤 한다. 지금은 역으로 부친에게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도 있다. “주로 ‘양학일주(兩學一做·당헌(黨章) 또는 지도자의 연설문을 익혀 참된 공산당원이 되자는 대(對)당원 교육법)’ 학습계획이라든지, 마을 합작사 발전에 관한 아이디어를 내죠.” 그는 부자 간에 다른 점도 많지만, 마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고 말했다.
진 서기는 마을 간부들의 협조를 얻고 반창촌의 토양과 기후조건을 고려하여 ‘중약재 전문합작사’를 설립했다. 합작사는 반창촌에 500무(畝·약 34만m2) 규모의 토지를 운용하고 있으며, 토지 상태에 따라 마을 주민들에게 1무(약 670m2)당 매년 수십 위안에서 수백 위안에 이르는 토지사용료를 지급한다. 또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중약재 재배를 관리할 농가를 모집해 1인당 매일 최소 80위안의 수입을 벌어갈 수 있도록 한다.
토지사용료와 합작사 고용을 합해 반창촌 53개 저소득 농가의 연 수입은 6000위안이나 늘었다. 진 서기는 “70여 개 저소득 농가의 수입 증대를 위해 셀레늄이 풍부한 옥수수 특화영농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귀띔했다.
반창촌은 마을 주민의 소득 증대와 함께 주거문제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다. ‘쯔양현 저소득층 지원대상 점검 및 데이터 정리사업 추진방안’에 따르면 저소득층을 구분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는 주거 안전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발 고도 800~1500미터 사이에 위치한 반창촌은 토지의 90% 이상이 30도 이상 기울어진 비탈진 땅이어서 일부 주민들의 주거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었다. 진 서기와 관계자들의 많은 노력 끝에 마을의 90가구는 현재 안전한 곳에 위치한 공공주택으로 이전을 마친 상태다.
 

반창촌의 중약재 재배기지에서 진딩신(왼쪽)과 중약재 수매전문합작사 담당자가 재배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


마을에서 창업하는 ‘젊은 피’
2014년 룽룬쩡(龍倫增) 씨가 고향인 마오바(毛壩)진 차허(岔河)촌으로 돌아와 창업할 당시 그의 나이는 25세였다. 2년 넘게 임업 재배를 하던 그는 2016년 9월 우연한 기회에 농업 전자상거래에 발을 들이며 산속 마을 농산물을 외지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사업 파트너 된 제 친구와 당시 위챗에서 이곳 특산물인 야생 산다래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저는 산다래를 조금 따다 친구에게 보냈고, 친구는 산다래를 판매한다는 글을 위챗 모멘트에 올렸죠. 그런데 사고 싶다는 사람들의 문의가 쇄도한 거예요. 순식간에 200kg이 넘는 주문이 들어왔죠.”
빠르고 편리한 온라인 판매의 장점을 깨달은 그는 새로운 농산물 판매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기로 했다. 우선 위챗 공공계정을 개설해 상품 정보를 올리고 주문을 받은 뒤, 마을 주민들이 딴 과채를 500g당 3위안에 매수했다. 그는 “작년에는 수확이 많은 한 농가로부터는 1000 위안이 넘는 야생 키위를 매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작년 8월부터 룽 씨는 주민들의 토지를 빌려 차밭을 조성했다. 처음에는 마을 주민들의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룽 씨는 지부 서기에게 부탁해 외지에서 일을 하는 주민으로부터 자신의 차밭 조성에 쓰일 토지를 임대 받고, 그 자리에서 토지사용료 4만8000여 위안을 지불했다. 이를 본 마을 주민들의 우려가 말끔히 해소됐음은 물론이다.
지금까지 룽 씨는 총 280무 규모의 토지를 운용 중이다. 또 차허촌의 100개가 넘는 가구와 찻잎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인터넷에서 찻잎을 판매하고 있다. 저소득 농가 몇 곳과는 집중 후원계약을 맺기도 했다.
작년 리위메이(李玉美) 씨는 토지사용을 허가하고 받은 사용료로 빚을 청산했다. 올해부터는 차밭의 잡초 제거나 찻잎 따기 등의 일감을 통해 2000위안이 넘는 수입을 추가적으로 올리고 있다.
룽 씨는 그의 차밭에 생태 방식을 적용하여 태양광 살충램프, 팔레트, 식물재배를 통해 해충을 제거하고 깻묵 비료를 쓴다. 또 기계제초 대신 인공제초를 고집한다. 마을 주민들의 차밭에는 설비를 보급하고 ‘품질 제일’을 강조한다. 또 마을의 작업반장에게 관리를 일괄 위임하고 있다.
찻잎 품질이 좋기 때문에 그는 주로 중상층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다. 그는 “시장에서 그 정도의 자신감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을 주민들과는 ‘고향의 정’을 담아 관계를 이어 나가고 있다.
 

싼성 직원들이 ‘청춘감자’ 홍보영상을 찍고 있다.[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

쯔양현 싼성 네트워크 테크놀로지의 직원 대부분은 1990년대 이후에 출생한 젊은 세대들이다. 하지만 사장인 린훙메이 씨(가운데)는 1980년대 생이다.[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


농업 전자상거래에 뛰어드는 젊은 세대
린훙메이(林紅梅) 씨는 쓰촨(四川)성 출신으로, 쯔양현 본토 사람은 아니다. 2007년 대학 졸업 후 상하이(上海)의 한 외국계 기업에 입사했지만, 쯔양현에서 사업을 하는 부모님의 요청에 따라 쯔양현에 오기로 결심했다. “제게 부모님은 하나뿐이니까요, 올 수 밖에요.” 린 씨는 이듬해 쯔양현의 한 통신회사에 입사해 콜센터 직원에서 고객관리팀장으로까지 승진했다.
이 같은 경력을 통해 린 씨는 정보화 시대의 인터넷이 가진 위력에 대해 눈을 떴다. 쯔양현에 아직 전자상거래가 도입되기도 전인 2013년부터 전자상거래를 통해 현지 농산물을 판매하고자 했던 린 씨는 결국 2015년 9월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싼성(三生) 네트워크 테크놀러지’사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위챗 모멘트에서 쯔양현이 농산물을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이제 여러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브랜드샵이 입점할 정도로 사업이 성장했다.
싼성 직원 대다수는 일명 ‘주링허우(90後)’, 즉 1990년 이후에 출생한 젊은 세대다. 이들은 인터넷 패러다임에 익숙하고 추진력과 아이디어가 넘친다. 직원들은 감자 상품에 ‘청춘감자’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에 맞춰 포장을 디자인했다. 또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감자를 캐고 가공하는 과정을 실시간 방송으로 중계하는 등 특별한 마케팅을 펼쳤다.
“예전에는 감자를 근 단위로 팔다가 다시 상자 단위로 팔았고, 올해는 세트 단위로 팔고 있습니다. 올해 299위안 짜리 세트상품을 출시했는데, 주문한 고객들에게는 앞으로 1년 간 매달 5일에 감자 5근(500g)씩을 배송해 드립니다.”
청춘감자는 어느 샌가 입소문을 타고 고객들 사이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자연히 농가의 수입도 늘었다. 청춘감자는 둥무(東木)진 마이핑(麥坪)촌에서 공급되는데, 작년 이 마을의 100개 농가는 19만 근의 감자 공급을 통해 37만 위안의 소득을 벌어들였다.
이 밖에도 린 씨 회사 직원들은 옥수수를 이용해 개발한 아침 영양식, 곤약 가공식품, 명절을 겨냥해 특별제작한 사방차(私房茶) 등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고 있다.
또한 쯔양현은 맞춤형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쯔양현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설립해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쯔양현 직업기술훈련센터’다. 센터는 창업 희망 청년을 대상으로 발관리사, 스페셜쿠킹, 입주 산후도우미, 민요와 다도,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무료강좌를 개설했다. 지난 3년 간 수만명의 수강생들이 이곳에서 교육을 받았다. 특히 발관리사 과정은 가장 인기가 많아 한 기당 12일씩 진행되는 과정에 이미 100기가 넘는 수강생이 배출됐다. 협력업체에 입사한 이들의 월급은 최저 3500위안을 넘는다. 이 때문에 발관리사는 현지에서 빠른 시간 안에 기술을 익혀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망 직종으로 꼽힌다.

* 본 기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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