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건국대학교에서 ‘인문전통의 중국학, 공존을 논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37차 국제학술대회’에서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송인재 HK교수(중국철학)는 "19세기, 20세기 전반기를 거쳐 중국에서 형성된 코즈모폴리터니즘(Cosmopolitanism, 세계시민주의)은 대체로 세계주의의 이름으로 진행됐으며, 중국의 시대상황, 전통시대 중국의 지적 유산과 연관돼 형성됐다"고 말했다.
코즈모폴리터니즘은 서로 다른 공동체를 공존과 공생의 동반자로 여기고 실천하는 이념적 기반이다. 이 용어는 보편적 휴머니즘, 국가를 넘어선 공동체와 보편법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지리상의 발견이 있기 전 한정적인 지리인식에서 이때 코즈모는 국지적 지리인식과 대조되는 상징적인 의미만을 띤다.
송 교수는 "이때 경계를 초월하는 공동체의 단위는 도시국가가 아니라 민족국가로 바뀌었고, 중국은 그 자신들이 가졌던 세계관을 붕괴시킬 만큼의 존재를 마주하면서 세계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코즈모폴리터니즘을 사유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전통왕조가 붕괴되는 시점에서 대동(大同·이상사회)이 평등, 지구적 통치와 상통하는 가치로 평가된 것이다.
그는 "20세기 초반에는 중국인에게 세계, 인류에 대한 새로운 소속감이 요구됐었지만, 제국주의에 의한 강권 통치를 목격한 뒤에는 막연한 세계 관념보다는 민족주의 정서, 제국주의, 무력 침략에 대한 경계가 형성됐다"고 풀이했다.
서양에서 형성된 코즈모폴리터니즘의 의미와 중국의 코즈모폴리터니즘은 한 부분에 있어 일정한 격차를 보인다고 송 교수는 주장한다. 바로 '시민의 탈각'이다.
중국에 대해 송 교수는 "시민적 상태, 권리에 대한 주목이 상대적으로 소략하다"면서 "세계시민에 대한 자각은 있었지만 그리 심화되지는 않았고 추상적인 무국가의 세계대동이나 민족주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21세기에도 중국에는 시민적 상태, 공화제의 수립은 크게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 대신 경제적으로 성장한 대국, 유구한 역사와 사려 깊은 사상을 지닌 문화전통이 코즈모폴리터니즘의 실행주체와 자원이 될 뿐이다.
송 교수는 "근현대 중국의 코즈모폴리터니즘은 대체로 시민이 탈각된, 중국어 번역 그대로의, 국가와만 구별되는 ‘세계주의’로만 존재해왔다"고 역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